이번 MBC 파업사태는 그동안 쌓여왔던 MBC 보도국 및 제작국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에서 비롯된다. 지난 해 3월 김재철 체제 이후 PD수첩 등 시사교양제작진들은 보이지 않는 탄압에 시달렸고 보도국 기자들 역시 공정보도를 못하고 입막음 당해 왔다는 불만이 표출되면서 결국 이번 사태를 불러오게 된 것.
실제로 타 공중파 방송사의 한 기자는 "경쟁사지만 김재철 사장이 온 이후 MBC뉴스가 연성화되고 비판 기사 아이템들이 빠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며 "김재철이 물러난다해도 방송사 사장이 낙하산 인사로 내려오는 지금의 시스템하에선 이런 문제는 계속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오히려 더 강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김재철 사장은 박성호 기자회장과 노조 홍보국장 이용마 기자를 해고하고 사장의 결단을 촉구하며 보직을 사퇴한 김세용, 최일구 부국장, 정형일, 한정우, 민병우 부장에게 각각 정직 3개월과 2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평소 회사내에서 진보나 보수에 치우치지 않는 인물로 정평나있던 박성호 기자도 해고의 칼날을 피할 순 없었다. 이에 MBC 기자 166명이 집단 사직을 결의하자 김재철 사장은 계약직 기자 채용을 권고했다.
MBC 노조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지난 7일 임원회의에서 보도 부문에 이어 예능과 드라마 부문에서도 '계약직 PD' 채용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랜서 PD는 노조 가입이 불가능하다. 계약직PD 비율이 늘어나면 그 만큼 노조의 힘도 약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는 "예능, 드라마 PD와 몇 억 원씩 주고 프로그램 건당 계약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재철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파업을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로 본다면 파업과 무관한 인력 채용을 해야 한다"면서 "드라마 PD 중에 드라마에만 관심 있고 조직과 상관없이 드라마만 찍을 수 있는 연봉제 형태의 인원을 뽑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져졌다.
"명예롭게 자진 사퇴는 게 어떻겠냐"는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의 질문에 김재철 사장은 "자리를 지키는 게 명예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기회에 MBC의 문화를 바꾸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김재철 사장의 이같은 행보에 MBC 노조 역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MBC 노조의 한 관계자는 "여기까지 와서 물러설 순 없다"며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김창룡 교수는 "김재철 사장은 감정적으로 극단적인 마지막 카드를 꺼내놓고 있지만 PD나 기자들을 모두 내보내는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방문진 이사회나 방통위에서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타 방송국의 한 기자는 "회사내부 기자들도 모두 MBC 파업을 지지하는 분위기"라며 "나중에 김재철이 사장직에서 물러나고 MBC의 기자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을때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도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지키고 더욱 똑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7일 MBC 총파업 현장 동영상 |
umw@fnnews.com 엄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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