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고유가 충격파까지 겹쳐 우리 경제의 주름살도 깊어가고 있다.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치솟는 기름값에 한숨 짓고 기업 경쟁력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유가 전망조차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유가 150달러를 상정해 에너지 비상경영을 선언했고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선 180~2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란 사태 악화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현실화된다면 악몽이다.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이 고유가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두바이유가 150달러가 되면 국내 기름값이 36.5%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1.9%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올해 성장 목표치(3.7%)가 반토막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초(超)고유가 시대를 우리 경제가 과연 감당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대응 메커니즘이 없다. 그동안 이런저런 유가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결과는 신통찮았다. 작년의 정유사 팔 비틀기는 대표적 실패 사례이고 최근 일본과 기름값 상승폭이 다르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도 결과는 뻔해 보인다. 알뜰주유소는 정작 필요한 서울엔 개설할 곳을 찾기 어렵고 그나마 일반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더 비싸다는 비판만 받고 있다. 정유사 독과점 구조 타파 등 유통구조 개선이 하루 이틀새 될 일이 아닌데도 당장 성과를 내겠다며 달려든 결과다.
유가 130달러가 되면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내놓겠다고 버티다가 유류세 인하폭을 소득별로 차등 적용하겠다는 등 오락가락하는 유류세 대책도 어지럽다. 모든 대책이 그렇듯 고유가도 당장 할 일과 중장기 사안이 따로 있다. 유류세 인하와 에너지 절감, 대체 에너지 확보 등 종합적이면서 정교한 범정부 차원의 에너지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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