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죽음과 세금을 피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그만큼 크다는 뜻도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세금을 피하거나 줄여보려고 애를 쓴다. 최근 세계 각국 정부의 과세 규정이 엄격해지면서 많은 기업이 본사를 이른바 조세 회피 지역이나 국가로 옮겨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세금에 대한 복잡한 이해관계는 과거에도 있었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됐던 로제타스톤. 이 로제타스톤도 세금에 대한 불만으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왕실과 국민 간의 단합을 호소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이집트를 지배하던 그리스인들이 무거운 세금을 물리자 일어난 반란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즉, 기원전 196년 궁지에 몰린 프톨레마이오스 5세가 밀린 세금 면제를 약속하고 '칙령' 형태로 남긴 증표라는 것.
미국 독립전쟁은 영국의 불공평한 세금정책에 반발한 보스턴 차 사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근대 헌법의 토대가 된 영국의 대헌장도 존 왕이 무리한 세금을 물렸다가 귀족들의 반발을 산 게 발단이 됐다고 한다. 이는 나중에 의회의 승인 없이는 과세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발전했다.
그만큼 세금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피할 수도 없다는 방증이다.
요즘 금융권에서도 '자본이득세' 도입 여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을 비롯해 찬성하는 쪽의 주장은 과세 정의를 내세운다. 노동의 대가로 벌어들인 소득(근로소득)에는 고율의 세금을 물리면서 돈이 돈을 낳는 투자 이익에 대해선 단 한 푼의 세금도 물리지 않는 것은 과세 정의에 어긋난다는 게 취지다. 현재 대주주가 아닌 주식 투자자는 장내 주식 매매를 통해 발생하는 자본이득에 대해 전혀 세금을 물지 않는다. 다만, 주식을 사고 팔 때 양도가액의 0.3%를 거래세(농특세 포함)로 낸다. 투자로 이익을 보든 손해를 보든, 누구나 같은 세금만 부담하는 셈이다.
여기서 과세 형평의 문제가 발생한다. 1억원을 은행에 예금해 1년간 400만원 이자를 번 사람은 15.4%의 이자소득세 61만원가량을 내지만, 1억원을 주식에 투자해 이자소득의 10배인 4000만원의 투자이익을 낸 사람은 거래세 30만원만 내면 된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는 주식 양도로 실현되는 이익에 과세하고 있다.
반면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 주장이다. 과세 도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증권사들은 거래위축과 투자자(외국인) 이탈을 걱정하면서도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드러내놓고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증권사도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를 해야 한다는 원론에는 동의한다. 국내 한 증권사 CEO는 사석에서 다분히 정치적인 멘트를 하자면 "단기적으로 거래 위축이 걱정되지만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대원칙에 부합할 뿐 아니라 장기 투자 문화를 촉진하는 순기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찬반측 모두 서로의 이해 관계에 얽매인 채 '제 논에 물대기' 식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제이콥 해커 예일대 정치학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세금이 사회평등을 확산시키는 장치가 돼서는 안 된다. 사회평등은 (과세가 아니라) 시장 효율화를 통한 소득 분배를 통해 이뤄져야 하고 (세수는 그것이 투입됐을 때)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곳에 투자돼야 한다."
정치논리에 휘둘릴 게 아니라 시장 원리를 거스르거나 조세 저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참여자들과 충분한 검토 뒤 합리적인 기대점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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