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는 체크카드에 현금인출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은행은 실적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의 경우 카드사와 기존 제휴상품에 한해 현금인출 기능을 탑재키로 하는 등 어느 정도 논의가 오갔지만 현재까지 정식 제휴는 단 한 건도 없다.
대부분 은행은 체크카드가 고객유치 확산을 위한 주요 핵심 분야라는 점에서 전업계 카드사 체크카드에 현금입출 기능을 추가하는 데는 부정적이다.
체크카드는 은행 계좌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상품으로, 향후 체크카드 고객에게 연계된 금융상품 마케팅을 할 수 있고 취업 및 주택 구입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신용카드, 보험, 대출 등의 다양한 상품 가입을 유도할 수 있어 은행권으로서 주요 고객인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체크카드 고객은 은행에 '씨앗' 같은 존재다. 전업계 카드사에 계좌이용 수수료까지 인하하며 개방했는데 추가 요구를 수용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체크카드를 쓰는 것은 효율적인 소비를 위한 것이다. 체크카드의 현금인출 횟수보다 결제 비중이 더 높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특히 은행으로선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카드사의 계좌이용 수수료율을 0.2%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지만 체크카드 분실 후 처리 문제·재발급 등 비용부담 문제부터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료같이 업무 진행을 위한 대체적인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도 없을 뿐더러 수수료율 등 비용 문제나 책임 소재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다"며 "은행권 안에서도 누가 먼저 스타트를 끊느냐를 놓고 눈치보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업계 카드사들은 체크카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금인출 기능을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현금인출 기능 부여가 체크카드 활성화의 선결 과제다. 그렇지 않으면 부가서비스로 승부해야 하는데 마케팅 규제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행 창구 판매 등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 체크카드에서 현금 인출을 하지 못한다면 은행계 카드사와의 경쟁 자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한편 양 측의 갈등으로 결국 소비자 권익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객이 은행계좌 잔액 범위에서 체크카드로 결제하는 것인데 인출을 막는 것은 고객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 계좌를 열도록 한 것은 고객 편의를 위한 점도 포함돼 있는데 인출 기능이 없다면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은행과 카드사의 갈등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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