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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을 멋지게 보는 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22 09:35

수정 2012.03.22 09:35

"그 분은 4.11총선 후 몇 달이면 부산을 떠날 분이고 저는 부산을 지킬 사람입니다. 그러니 누굴 찍어야할지 아시죠" 부산 사상구에서 맞대결할 통합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상대하는 27살 처녀 후보 새누리당 손수조의 말이다.

4월11일이 가까이 오면 이 레퍼토리를 바꿔 보는 게 어떨가. "아저씨! 아저씨는 올 12월이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실 분 아녜요. 부산은 저에게 맡기시고 큰 물에서 노실 준비를 하셔요'

흔히 손수조-문재인 대결을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묘사한다. 그러나 역사상의 실제 승리는 다윗에게 돌아갔으니 이 비유의 적절성은 좀 문제가 있다. 문재인이라는 거인에게 손주조라는 소인이 도전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뜻에서 이런 비유를 한 것을 이해를 하지만 그래도 그렇다.


2012년 4월11일의 19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손수조가 있어서 즐겁다. 그 삭막한 정치싸움에서 이렇게 상큼한 젊은이가 정치 거물을 쩔절매게 만들다니! 그야말로 '해품달'의 한가인처럼 떠오른 달이요, 연꽃 속에서 솟아오른 심청 아가씨 같은 존재다. 노무현에게도, 이명박에게도 토라졌다는 부산 문디들아, 너희들이 이번 선거의 멋을 아느냐.

부산에서 손수조가 문재인을 상대할 동안 서울에선 김종훈이 강남을에서 거인 정동영을 상대한다. 이번 선거의 두 번째 멋부림이다. 정동영은 2007년 17대선에서 이명박을 쩔절매게 했다. 비록 결과에선 기록적 대패를 당했지만 민주당 대선후보라는 영예는 그의 어깨위에서 아직도 번쩍인다. 그런 정동영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미 FTA 폐기론자다. 민주통합당 당론이 재재협상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지만 그게 그거 아닌가.

반면 김종훈은 한미 FTA를 타결한 통상본부장이다. 안성기가 국민 배우고 이승엽이 국민타자라면 김종훈은 국민 통상본부장이다. 김종훈이 이기느냐 정동영이 이기느냐에 따라 한미 FTA에 대한 국민느낌을 읽게 된다. 등 따습고 배부른 강남 사람들아, 너희들이 이번 선거의 멋부림을 아느냐.

이 두 곳의 멋이 주연급이라면 조연급 관심지역이 두 군데 더 있다.
세종시 설계자 이해찬과 충청권 맹주 심대평이 대결하는 세종특별시 선거구가 그 하나요, 보수 1당 체제의 분화를 시도하는 국민생각당 박세일 대표가 출마하는 서울 서초갑이 그 두 번째다.

그렇지만 조연급 경쟁지역은 3자 대결 체제라 흥행의 성격이 좀 애매하다.
그래도 선거의 수준을 알아보는 멋부림의 무대로선 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거칠고 황폐한 선거 마당에 이런 멋도 있다니, 아! 4.11총선은 진정 축제로구나.

ksh910@fnnews.com 김성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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