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라 지도자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화의 중요성에 대해 덕담을 나눴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이 대통령의 손을 잡은 올해 67살의 수치여사는 그동안의 가택연금과 정치적 탄압에도 불구하고 곱게 늙은 모습이다.
이 세상에서 수치 여사를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 중화권 영화배우 양자경(梁紫瓊·양쯔충)일 것이다. 수치 여사의 일대기를 다룬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더 레이디(The Lady)'에서 수치 역을 맡아 열연한 양자경은 작년 10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수치의 닮은꼴이 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을 공개했다.
양자경은 주연으로 발탁됐을 때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웅산 수치가 되기 위해 8개월 동안 무진장 노력했으며 몸무게도 5kg이나 빼고, 미얀마어도 배우고,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산책과 명상을 하는 일과도 따라 했다고 한다.
특히 양자경은 영어 발음도 수치 여사의 고급 억양을 익혔다고 말한다. 영국에서 공부한 수치 여사의 '고급 영어'는 이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더 듣고 싶으면 영화 '더 레이디'를 찾아보도록.
한편 영화 '레옹'의 명감독 뤽 베송은 '양자경은 표현력이 좋은 배우'라고 칭찬한다. 영화 속 양자경의 모습은 아웅산 수치의 과거와 똑같다는 평이다. 양자경은 영화 촬영 도중 하루 동안 수치 여사를 만날 수 있었다. "만나자마자 따뜻하고 너그러우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으로 기억된다고 그는 말한다.
양자경은 한국 팬에게도 감탄의 대상이다. 거의 액션배우로만 알려진 그 녀가 주윤발 장쯔이와 함께 '와호장룡'에서 보여준 그윽한 깊이의 연기는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각설하고, '더 레이디'가 짧은 흥행으로 끝난 것은 유감이다. 가벼운 영화만 많이 보는 한국의 무비 고어들을 탓해야 할까.
P.S 양자경의 열성 팬들은 그 녀의 이름을 양쯔충이라고 얼토당토않게 부르기를 거부한다. 자경이라는 한국어 발음도 좋고, '보라색 구슬'이라는 한자 뜻도 좋은데 아무 의미도 없고 발음도 괴상한 쯔충이 무언가.
ksh910@fnnews.com 김성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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