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사채업자 253명에 세금 1597억 추징

국세청은 17일 불법 고리이자를 수취하면서도 대포통장·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탈세한 전국의 대부업자 123명에 대해 일제히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국세청은 연 360%의 살인적인 고금리를 수취하거나 폭행·협박·인신매매 등 불법 채권추심으로 서민을 괴롭혀 온 악덕 사채업자 253명에 대해 탈루세금 1597억원을 추징하고 24건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세청이 이날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한 대부업자는 △전단지 광고·전화상담 등을 통해 서민 대출자를 모집해 고리이자를 수취했음에도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 대부업자 △급전이 필요한 의류도매시장 영세상인을 상대로 일수대출을 해 주고 이자는 차명계좌로 관리해 신고누락한 혐의가 있는 대부업자 등이다.

또 △채무자의 원금·이자상환을 고의로 회피한 뒤 담보 부동산을 강제로 경매해 이를 낙찰받아 편취하는 방법으로 대여자금을 회수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미등록 사채업자 △법원의 부동산 경매 참가자를 상대로 경매대금을 대여하고 고리이자를 수취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경매관련 전문 대부업자 △자금난에 처한 상장 중소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대여하고 고리의 이자를 수취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상장기업 전문 대부업자 등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이 중 미등록 사채업자인 조모씨는 등록금 등 급전이 필요한 대학생에게 200만원을 연 120% 고리로 대여하고 원금을 1000배가 넘는 금액으로 뻥튀기해 원금을 회수하면서 탈루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조씨는 원금과 이자상환이 연체되자 일명 '꺾기'수법으로 이자가 원금의 1000배가 넘는 대여금액으로 탈바꿈시킨 후 대학생을 유흥업소에 넘겨 유흥업소로부터 사채대금을 대신 지급받고 이자수입 31억원을 신고하지 않는 등의 혐의로 세금 15억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 임환수 조사국장은 "이번 세무조사에서는 대포통장, 차명계좌 추적을 위해 관련인의 탈세행위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동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타인 명의로 사채업을 영위하는 명의위장 사업자에 대해서는 금융거래 추적조사, 채무자 확인 등을 통해 실제 전주를 끝까지 찾아내 탈루 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앞으로 악덕 대부업자에 대해서는 지방청과 세무서의 세원정보팀을 총동원해 현장 정보 수집을 강화해 나가고 각 지방국세청에 설치된 '민생침해사업자 분석전담팀'을 통해 강력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e-mail]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