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금주의 문화人] 피아니스트 손열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23 18:00

수정 2012.05.23 18:00

사진=김범석 기자
사진=김범석 기자

모차르트 곡에 정통한 오케스트라, 모차르트 곡이 자신에게 최고라고 말하는 피아니스트. 둘의 만남이 솔깃하지 않은가. 영국 실내악단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와 피아니스트 손열음(26·사진)이 처음으로 한 무대에서 마주한다.

"이 공연 때문에 상반기 국내 일정을 자제했습니다."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벨기에 와플을 와싹 베어 먹으며 손열음이 말했다. 지난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준우승 수상 이후 국내외의 무수히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와 관심을 덤덤히 받아넘기고 있는 대찬 연주자.

올 들어 미국, 폴란드, 스위스, 이스라엘 곳곳을 누볐으면서도 국내에선 소소한 자리에서만 무대에 올랐다. 가령 SK케미칼 사회공헌 재능 기부 공연 같은 곳에서다. 오는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된 ASMF 협연 무대는 올 들어 손열음의 국내 첫 빅공연이다. "음반으로만 들었던 악단입니다. 직접 한 무대에 서는 게 감개무량해요. 바로크 음악에 정통하지만 시류에 흔들리지 않은 단체예요. 한창 시대악기 붐이 일 때 이 악단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나갔지요. 그게 존경스러웠습니다.
종교음악, 미사곡 연주가 정말 좋아요. 음악적인 면에서 이 악단을 오랫동안 동경해왔습니다."

'들판의 성자 마틴'이란 뜻의 ASMF는 1950년대 후반 영국 트래펄가 광장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교회 지하에서 런던심포니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네빌 마리너를 주축으로 탄생한 악단이다. 1980년대 이 악단이 참여한 영화 '아마데우스'의 음악 연주가 히트하면서 ASMF는 대중적인 사랑도 많이 받았다. ASMF는 정부로부터 수출 기여 공로상을 받았을 정도로 해외 공연 수입도 많았다. 국내에선 1993년 처음 발을 디뎌 1995년, 1999년, 2010년 총 4차례 무대에 섰다. 그러면서 국내팬층은 두껍게 쌓였다. 이번 무대에선 바흐 교향곡으로 문을 연 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모차르트 교향곡 39번으로 관객과 만난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손열음이 가장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다. 이 곡 2악장은 영화 '아마데우스'에도 나온다. "모든 협주곡 중 제일 유명할 겁니다. 모두에게 친숙해요. 2악장은 단순함이 강조된 음악입니다. 사전 정보 없이 들어도 상관없어요. 1악장과 3악장은 극적이고 오페라 느낌을 줘요. 작품성, 대중성 두 가지 모두 잘 살린 명곡입니다."

손열음은 대형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보다 실내악을 좋아한다. 작곡가 중에서 맞는 이를 고르라면 단연 모차르트다. "음악적으로 복잡하고 다면적이에요. 그러면서 혁신적이죠. 이것만으로도 가치가 높습니다. 모차르트를 그저 대중적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모차르트는 단편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의 진면목은 따로 있어요." ASMF가 들려줄 모차르트 교향곡 39번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모차르트가 전성기 때 쓴 곡이에요. 오페라 느낌도 많이 날 거예요. 모차르트 기악곡은 오페라가 베이스예요. 모차르트 오페라 다 좋습니다. '돈 조반니'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이런 오페라를 한번 들어보고 연주회에 오시면 더 좋을 거예요."

'책을 많이 읽는 똑똑한 아티스트.' 이 수식어도 달고 다니는 손열음은 요즘 논어와 유교 사상에 빠져 있다. "논어가 요즘 유행인지는 몰랐어요. 고전, 인문학을 원래 좋아했습니다. 성리학에 관심도 많아요. 한국사회의 사상적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이 학문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게 뭘까, 그런 게 궁금해요."

현재 독일 하노버국립음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손열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다. 그의 각종 해외 콩쿠르 수상은 토종 피아니스트의 쾌거로도 불렸다. 하지만 유럽, 세계의 클래식 벽이 한국 연주자에게 여전히 높다는 걸 손열음은 요즘 절실히 느낀다. "세계음악계도 일종의 커넥션이에요. 유대인, 일본인, 중국인들은 자국 사람들을 많이 챙겨요. 우리나라 출신은 그런 면에서 커뮤니티가 없어요. 그래서 힘든 면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손열음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전까지 제 스스로 검증이 필요했고요. 이제 시작해볼 만한 단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멀리 보며 가야죠. 스트레스가 생기면 음악으로 풉니다.
음악을 듣고, 피아노를 치고. 음악과 같이 있는 시간은 언제나 좋습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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