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선만난사람]‘위험한 관계’ 허진호 감독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27 09:18

수정 2012.05.27 09:18

'위험한 관계' 영화감독 허진호
'위험한 관계' 영화감독 허진호

【 칸=최진숙기자】 400억원대 블록버스터 영화의 감독 이름이 웬지 낯설 것이다.'8월의 크리스마스','봄날은 간다','외출','호우시절'를 통해 서정적인 멜로에 장기를 보여준 허진호 감독이 이 영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장동건,장백지,장쯔이가 주연을 맡아 얼핏보면 한중 합작영화로 보이지만,자본 전액은 '호우시절'을 만들었던 중국 제작사 본 미디어가 댔다.

상업적인 성향인 듯한 이 작품은 이번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감독주간에 초대를 받아 폐막 3일 앞둔 지난 24일 칸 부뉘엘 극장에서 공식 시사회를 가졌다."제가 웃기고 싶어했던 부분에 정확히 관객 웃음이 나와 다행스러웠습니다." 시사회가 끝난 다음날,25일 오전(현지시간) 칸 뤼미에르 극장 부근 야외 테라스에서 허 감독을 만났다.이 영화의 제목은 '위험한 거래'다.

프랑스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1872년 서간체 소설이 원작. 사랑을 적당한 게임으로 여기는 바람둥이 남자,요염한 여자 두사람이 정숙한 한 여인을 두고 펼치는 격정의 드라마가 내용이다.
미국 헐리우드에서 여러차례 영화화된 적이 있고,국내선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이 이 소설을 기초로 했다. 장동건은 이 작품에서 장백지와 장쯔이를 오가는 옴므파탈역을 맡는다. "1930년대 중국 상하이가 배경입니다.원작을 새로운 시대에 맞추면 또 새롭게 나옵니다.장동건,장백지 두사람을 원작보다 좀더 인간적으로 그렸습니다." 허감독은 "1930년대 상하이는 프랑스 혁명직전이 배경인 원작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그 시대에 웬지 익숙함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 본 미디어측은 2∼3년전부터 허감독에게 작품 의뢰를 했다.천웨이밍 대표는 "개인적으로 허 감독 팬이다.요구한 건 '호우시절'보다 상업적인 느낌을 갖게 해달라는 거 말고는 없었다. 완성된 걸 보니 장동건이 그 역에 정말 맞구나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처음엔 오락영화는 안해봐서 많이 망설였다"는 허 감독은 "그래도 변화를 주고 싶어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우시절'과 비교하면 영화스케일은 하늘과 땅차이다. 촬영기간 32일중 31일 작업해 완성했던'호우시절'이 소품같은 영화였다면 '위험한 관계'는 400억원 예산에 걸맞는 컴퓨터그래픽,미술 등 상당한 장치들이 들어간 대작이다.
촬영은 중국 남경에 설치된 스튜디오 별장에서 진행됐다."심리적인 느낌을 살리는 게 중요했습니다.
인물 클로즈업이 많이 들어간 건 이들의 불안한 심리,다큐같은 느낌을 끌어내기 위해서구요. 세배우 모두가 제 역할을 해내 고맙습니다."

jins@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