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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짜리 동전 하나 만드는 비용 ‘깜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27 17:15

수정 2012.05.27 17:15

10원짜리 동전 하나 만드는 비용 ‘깜짝’

동전 100개중 5개도 환수 안돼.. 제조비만 작년 960억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만드는 데 30~40원이 든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원재료값이 상승한 것도 요인이지만 회수율이 낮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무겁고 처치 곤란한 동전을 만드는 데 지난해 1000억원 가까운 신규 제조비용이 들어갔다. 한국은행이 10원 주화 100개를 찍어내면 5개도 돌아오지 않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20%대에 머물고 있는 동전 환수율을 높이는 방법뿐이다

■제조비용 느는데 환수율은 낮아

27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조되는 10원, 50원, 100원, 500원 동전에는 구리, 니켈, 알루미늄, 아연 등의 원재료가 들어간다. 지난 2006년 새로운 작은 크기의 10원화가 도입되면서 아연 대신 알루미늄이 포함됐다.

한은측은 제조비용 자체를 대외비로 분류, 비공개로 하고 있지만 새 10원 동전 제조비용은 30~40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크기가 더 크고 무거운 100원, 500원 동전 등은 제조비용이 훨씬 비쌀 것으로 추정된다.

제조비용은 매년 편차가 크다. 동전 환수율이 높을 경우 동전 제조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수율은 동전이 발행돼 시중에 나간 뒤 한국은행으로 되돌아온 비율을 뜻한다. 지난 2007년에는 동전 제조에 600억원을 썼지만 2008년에는 900억원이 소요됐다. 다시 2009년에는 387억원, 2010년에는 690억원을 썼다. 2009년 액수가 비교적 적은 것은 그 해 동전교환실적 금액이 사상 최고치인 365억원을 기록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휴면 동전 회수율이 높다보니 신규 제조 비용이 적게 들어간 것이다. 지난해에는 960억원으로 최근 5년래 가장 많은 비용이 들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제조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2008년에는 900억원으로 8억8000만개의 동전을 만들었지만 지난해에는 960억원을 쓰고도 8억3000만개 제조에 그쳤다. 단가 자체가 올랐기 때문이다. 사실상 세금이 들어가는 동전 제조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환수율을 높이는 것이다.

지난 2007년 환수율은 12.2%에 불과했지만 동전 모으기 활동 등으로 2008년에는 26.6%를 기록했다. 덕분에 2009년에는 동전 제조를 크게 줄여 세금을 아꼈다. 가끔 어느 해의 동전이 찾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 일반 가정에 흩어져 있던 동전의 환수율이 크게 높아지자 1998년에는 500원화를 불과 8000여개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점차 증가하던 환수율은 2009년 17.8%, 2010년 12.5%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도 21.2%에 그쳤다. 현재 수준의 환수율이라면 매년 1000억원 가까운 동전 제조 비용이 필요한 셈이다. 특히 10원 동전의 환수율이 관건이다. 2007년 10원화는 환수율이 9.4%로 100원화 10.4%, 500원화 12.6%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원화 환수율은 4.6%에 그쳐 100원화 20.2%, 500원화 22.1%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한국은행 박종남 발권국 과장은 "10원 주화 100개를 만들면 5개도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10원화는 크기가 작고 가볍다보니 상당량이 시중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작은 동전으로 나눔 실천

한은은 이와 별도로 매년 유니세프, 어린이재단,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아름다운 재단 등이 펼치는 '동전 모으기'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 단체가 전국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및 편의점 등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펼칠 때 이들 장소에 모금함과 저금통을 지원해오고 있다.

저금통 10만개의 제작비용 1570만원을 후원해 굶주리는 해외 아동들을 돕고 있다. 이 같은 자발적인 동전모으기를 통한 사회 기부는 일부 유통업체와 읍면동 등 지방자치단체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홈플러스는 2009년부터 동전을 투입하면 금액을 환산해 상품권으로 교환해 주는 동전교환기를 설치해 지금까지 총 1018만개의 동전을 회수했다.
롯데마트는 2009년 4월부터 1000원 미만의 거스름돈을 회원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해 60억원이 넘는 동전 생산 비용을 줄였다. 보광훼미리마트는 동전입금기를 편의점에 설치, 휴대폰 충전을 통해 현금처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평상시 동전을 갖고 다니면서 쓰면 좋은데 활용도가 적고 무겁다 보니 그냥 쌓아두는 습관이 큰 원인"이라며 "유통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방식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yes@fnnews.com 황상욱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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