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성공 신화' '제너럴일렉트렉(GE)과 삼성이 동시에 구애한 남자' '최고경영자(CEO)가 직업인 성공한 경영인' '대학생들이 닮고 싶어하는 공기업 CEO'. 모두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설명하는 수식어다. 민간기업에 이어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최고경영자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 사장을 만나기 위해 인천 운서동 인천국제공항공사 6층에 있는 이 사장 집무실을 찾았다.
집무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상패로 가득한 탁자였다. 세계 최고 서비스 공항을 포함해 지역별 최고 공항상, 규모별 최고 공항상 등 3가지 상을 최근 7년 연속 휩쓸면서 더 이상 상패를 놓을 자리가 없는 것이다.
대담 = 이장규 부국장·산업부장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 이 사장은 루이비통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의 일화를 꺼냈다. 최근 본지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던 것을 특종 보도한 것을 기억하고 얘기를 꺼낸 것이다.
"그렇게 점잖은 분은 처음 봤다. 지난해 루이비통 회장이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고 말을 꺼낸 이 사장은 "사실 지난해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만나 루이비통 매장 입점을 처음 타진했을 때 당황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최고 서비스 공항 6연패를 달성한 이후여서 자신감을 갖고 루이비통 공항 매장 1호점을 만들자고 하면 바로 승낙할 줄 알았는데 바로 답변을 안 주더라"라면서 "시간에 쫓기는 공항 고객들이 루이비통 브랜드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주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의 출국 수속 시간이 19분대에 불과해 쇼핑할 시간이 충분하고 중국 37개, 일본 28개 도시와 연결돼 많은 중국·일본인 관광객이 오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자 마음이 움직였고 결국 매장을 오픈하게 됐다고 이 사장은 회고했다.
이 사장은 "1호 매장을 오픈할 당시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공항 내) 첫 매장이자 마지막 매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이번에 왔을 때 다른 공항에서의 오픈 가능성을 물었더니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루이비통 매장은 하루 평균 3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몸담는 조직마다 성공으로 이끌고 있는 비결을 들어봤다.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최고 서비스 공항 7연패에 성공했다. 앞으로 깨지기 힘든 기록이라고 생각하는데 비결은.
▲인천국제공항의 7연패는 법무부와 세관 등 관계당국과 상주업체에 종사하는 3만5000여 공항 종사자 모두가 '공항 이상의 공항(More than an Airport)' 만들기에 전념한 결과다. 우리는 공항을 단순하게 '기간시설'로 보는 관점을 넘어 '서비스 비즈니스'라는 차원에서 접근했다. 그 결과 '빠르고, 안전하고, 편리하며, 청결한' 경쟁력 있는 공항을 만들었다. 이는 공항의 기본이기도 하지만 말보다는 실제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입국시간은 12분, 출국시간은 19분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기준(입국 45분, 출국 60분)의 3분의 1가량이고 아시아 유일의 가시거리 75m 착륙 가능 공항이다. 또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문화예술의 혼이 깃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다른 공항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다. 매일 고품격 문화공연 및 특별이벤트를 연중 5000여회 시행 중이고 전통공예를 무료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전통문화 체험관과 한국문화박물관, 전통공예전시관을 마련해 외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천국제공항만 세계 최고 서비스 공항상을 독점적으로 수상하다 보니 세계 최고 공항상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어쩌면 올해를 마지막으로 세계 최고 공항상이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주변 경쟁국인 중국, 홍콩, 일본은 미래 항공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단위 공항 개발을 완료 또는 확장 추진 중(허브화 경쟁 가속)에 있다. 인천국제공항도 3단계 확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는 경쟁공항에 뒤처지는 실정이다. 그러나 공항의 규모로 경쟁우위를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어떤 공항이 풍부한 항공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더 안전하고, 편리하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국 승객이 아닌 환승여객을 유치하는가가 경쟁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하고 환승여객 증대, 항공사 유치, 단거리 노선망 확충 등 항공마케팅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허브화 경쟁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환승객은 전년에 비해 8.8% 성장해 환승객 566만명을 돌파, 중국 푸둥공항과 일본 나리타공항을 제치고 진정한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부상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한국능률협회 선정 '존경받는 기업 톱10'에 뽑혔다. 그 비결은.
▲그 결과를 듣고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사실 공기업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공기업 하면 '철밥통' '혈세낭비' '부정부패의 온상' '복지부동' 등의 단어가 연상된다. 그러나 공기업도 잘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를 잘 발전시켜 '존경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했다. 2008년 9월 취임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01년 개항과 2008년 6월의 2단계 그랜드 오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조직의 활력이 많이 저하된 상태였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두 번의 성공적인 개항을 거치면서 공항 건설과 운영에 대한 전문지식과 전문가를 확보한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우수한 인재를 계속 성장시킬 수 있는 문화와 통통 튀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시점임을 고려해 취임 이후 줄곧 '공기업스러움'을 벗어버리고 다른 공기업을 선도하는 '뭔가 다른' 공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모토로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한 조직구조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존경받는 기업' 도약이 가시화됐다. 2년 연속 경영평가 A등급 및 자율경영 우수등급을 달성했고 공기업 청렴도 평가 최상위권을 달성(종합청렴도 9.09점 획득)했고 공기업 최초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톱10에 진입했다. 이런 성과는 취임 당시 14개 기관 중 11위로 경영평가 하위권에 머물던 실정을 떠올려보면 실로 놀라운 발전이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해외사업 매출 확대 계획은.
▲최근 해외사업 전담부서를 팀(4명)에서 단(40명)으로 확대했다. 또 해외 공항 및 국제기구(나리타, LA, ACI본부, ACI 아·태본부)에 직원을 파견해 지식을 쌓게 하고 수주 전문과 수행지원, 수행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또 현재 해외사업 다각화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사업은 컨설팅 용역의 초기 단계에서 지분투자, 위탁운영, 인수합병, 전문 자회사·조인트 벤처 설립 등으로 사업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 이를 통해 세계 곳곳에 제2·제3의 인천국제공항을 만들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항 후 쌓아온 세계적 명성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2009년 2월 이라크 아르빌공항을 시작으로 유럽 선진 공항의 독무대였던 해외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러시아, 필리핀, 네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7건의 해외사업을 수주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러시아 하바롭스크공항 지분 10% 인수를 통해 해외 공항 운영사로서 러시아 지역 최초 공항 공동경영에 참여했다. 러시아가 자국 공항 운영권을 해외 공항에 넘긴 것은 처음이다.
―민간기업에 이어 공기업 CEO를 하고 있는데 일반 기업과 공사 CEO의 차이는.
▲기업을 경영하는 측면에서 성장과 성과창출, 인재육성,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본은 동일하다. 다만 공공의 목적을 가진 공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공공성과 이윤추구가 균형을 이루는 경영을 추구하고 공기업 특유의 관료적·폐쇄적 조직 운영방식 및 비효율적 의사결정 프로세스 해결에 집중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직원과의 청문회(Assimilation), 불필요한 업무 줄이기 등을 추진해 조직 내 관료적·비효율적 업무관행 및 조직문화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잡포스팅 제도 같은 혁신적인 인사제도와 사내 경영학석사(MBA), 글로벌리더 양성과정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해 인적자원의 글로벌 역량을 배양하고 지역사회 밀착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과의 소통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원스트라이크아웃제도, 뉴스페이퍼 테스트 등을 도입해 강력한 윤리경영 체제도 구축했다.
―23년째 CEO직을 맡고 계신데 오랜 기간 성공한 CEO로 인정받는 비결은.
▲조직 내에 존재하는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총합력과 이를 현실화하는 실행력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한번 정해진 방향과 원칙에 대해서는 공정성(fair), 투명성(transparent), 일관성(consistent) 있게 일을 추진하고 있다. 나 스스로도 이 같은 원칙을 철저히 지키려 노력한다.
―CEO로서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할 텐데 어떻게 해소하는지. 또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이후의 모습은 어떨지.
▲삼성물산 두바이지사 근무 시절은 테니스, GE 싱가포르 근무 시절은 골프를 즐겼지만 특별한 건강유지 비결은 없다. 주말에는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하는 등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이후는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렇지만 직장생활 40여년 동안 쉰 적이 없다. 은퇴하면 샐러리맨으로서 지난 시간을 정리하기 위해 일정 기간 휴식기를 가질 생각이다. 이후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지난 경험을 나누어주며 글로벌리더를 향한 열정과 꿈을 불러일으키는 지식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불투명한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매는 참새를 잡든 그보다 큰 비둘기를 잡든 항상 최선을 다한다. 매사에 열정이 필요하며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최선을 다해야지 '내가 이까짓 일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의 수준을 스스로 그 정도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큰일을 맡기는 어려우며 작은 일을 열정을 다해 성공적으로 완수했을 때 비로소 큰일이 주어지는 것이 사회의 이치로서, 작은 일을 맡은 것은 시련이 아니라 진정한 기회다. 미래는 항상 불안하기만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며, 따라서 글로벌화된 세계 속에서 자기 자신만의 경쟁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오감을 트레이닝하며 눈은 큰 비전으로 채우고, 머리는 전문지식을 갖추고, 입으로는 국제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알아야 하고, 가슴은 다른 문화 및 인정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채우고, 손으로는 컴퓨터 등 첨단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약력 △66세 △경북 상주 △상주고등학교 △영남대학교 법학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삼성그룹 입사 △삼성물산 해외사업본부장 △삼성-GE Joint Venture 대표이사 △GE 초음파부문 사업부 아시아 사장 △GE 코리아 사장 △GE 코리아 회장 △GE 헬스케어 아시아 성장시장 총괄 사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국제공항협의회(ACI) 세계이사회 이사 △포스코 청암재단 이사·대원문화재단 이사·한국능률협회 공공리더스클럽 위원장·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위원·한국 BBB운동 이사·한국항공진흥협회 이사 △저서 Passion-백만불짜리 열정, 젊은 심장, 세계를 꿈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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