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미리보는 ‘10 Curators & 10 Futures’] (2) 조혜리안 ’정신건강검진-이례적 정상‘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28 17:38

수정 2012.05.28 17:38

조미숙 'It's your style'
조미숙 'It's your style'

조혜리안씨(34·남송미술관 학예사)의 전시기획안 '정신건강검진-이례적 정상'은 인간의 역사가 과연 이성적이었는가라는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정상과 비정상을 규정하는 판단의 준거는 과연 무엇인지에 관해서도 되묻는다. 그는 정신분석학이나 정신의학 역시 '표준화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억압적 권력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의심한다.

세상에 대한 '관찰'을 거쳐 '치유'와 '자기성찰'에 이르고자 하는 이번 전시는 이를 위해 조미숙, 홍지철, 조재만, 난다, 하태범, 백정기, 김철환 같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인용한다.

'It's your style' 시리즈를 통해 현대인의 왜곡된 욕망을 다뤄온 조미숙의 그림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방을 필수품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 혹은 이미지로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속이 텅 빈 명품 가방은 현대여성의 빈약한 내면 풍경일 수도 있다고 작가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홍지철의 '매우 향기로운 세상' 연작은 현대문명의 화려함으로 포장돼 소비되고 있는 커피가 사실은 야만적인 노동 착취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홍지철 '매우 향기로운 세상'
홍지철 '매우 향기로운 세상'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3분의 1이 15세 미만의 소년들에 의해 채취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홍지철의 작품에서 커피는 현대 소비사회를 상징하는 소재로 사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림의 재료(물감)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남다르다.

또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 조재만은 성 소수자(게이·레즈비언·트랜스젠더)의 인권문제를 다루고, 개성 있는 캐릭터를 통해 현대사회를 비판해온 난다는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같은 기념일 혹은 데이 마케팅(Day Marketing)의 허상을 꼬집는다.
조재만의 사진들은 성 소수자를 차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가 과연 정상인가라고 되묻고 있으며, 난다의 그로테스크한 작품들은 표준화된 틀 속에 감금된 현대인들의 모습을 자극적인 색감과 도발적인 이미지로 드러낸다.

조혜리안씨는 "미술전시를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사회와 시대를 미시적으로 접근한 이번 전시는 크고 작은 삶의 흔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탐색해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인턴을 거쳐 경기 가평 남송미술관 학예사로 일하고 있는 조씨는 영국 던디 대학과 킹스턴대 대학원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했으며 현재 중앙대 대학원 박물관미술관학과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하고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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