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로 알려진 줄리어스 시저가 젊은 시절 에게해에서 무역을 하다 해적들에게 납치당했다. 이때 해적들은 시저의 몸값으로 당시로는 어마어마한 20달란트를 요구했다. 이에 시저는 내 몸값이 그것밖에 되지 않느냐며 오히려 두 배가 넘는 50달란트를 지불하고 풀려나 로마로 돌아온 뒤 해군을 이끌고 다시 에게해로 가서 해적들을 완전 소탕했다고 한다.
시저와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 해적의 요구대로 20달란트를 주고 풀려나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안도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시저처럼 호탕하게 자신의 몸값이 그것밖에 안되느냐며 스스로 자신의 몸값을 높여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비추어 인간의 생명은 아무리 큰 비용과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이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몸값을 매긴다거나 단순하게 경제적 셈법으로 생명의 가치를 계산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중앙행정기관인 소방방재청에서 올해 여름철 물놀이 사망자를 역대 가장 적은 24명으로 줄여 3200여억원을 벌었다는 말에 혹자는 민간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을 벌인 것도 아닌데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화재보험이나 교통사고 등에서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명의 가치를 화폐단위로 산출해 내고 있다. 한 사람당 대략 1000만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연구 결과를 빌리면 다소 수긍이 갈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물놀이 사망자가 52명인 데 비해 올해는 절반 이하인 24명으로 줄였기 때문에 28명(감소인원)×1000만달러(1인당 생명가치 추정치)×1140원(환율)을 계산하면 3200여억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올여름은 100여 년 만의 가뭄과 폭염으로 무더위가 지속됐다. 물을 찾는 사람이 많이 늘어 물놀이 사망자 발생 개연성도 그만큼 높았다. 이런 우려 속에 우리 청에서는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 시행했다.
우리 청에서 올해 추진했던 주요 안전대책은 우선 21억원의 예산을 지자체에 지원하여 인명구조용 장비와 시설 4만3000여 점을 배치했다. 현장 안전관리요원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연인원 26만여 명을 물놀이 위험장소에 집중 투입했다. 특히 과거 3년간 사망사고 발생 지역엔 필자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물놀이가 집중되는 주말을 기해 작년보다 3배 이상 많은 현장지도 점검을 실시했다.
물놀이 특별대책기간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연장한 76일 동안 운영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협조를 얻어 전국의 초. 중.고교생 700만명에 대한 물놀이 안전교육을 여름방학 시작 전까지 마쳤다.
그러나 중앙정부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아무리 빈틈없는 대책을 시행하더라도 국민 각자의 안전의식이 높아지지 않는 한 물놀이 사망자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해 발생한 물놀이 사망자 중 절반이 넘는 54%가 물에 들어가기 전 준비운동 부족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데서 발생한 통계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주말에 물놀이 현장을 가보면 일부 학생 등 젊은이들은 일선 행정기관에서 배치한 안전요원들의 계도에 잘 따르지 않아 위험을 자초하고 있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심지어 수심이 깊고 수온이 낮거나 과거 사망사고가 발생한 곳으로 동일한 사고 재발 우려가 높은 지역을 물놀이 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해당 지역 자치단체장, 경찰서장 공동명의의 경고판을 설치, 출입을 금지시켰는데도 버젓이 수영을 한다거나 물놀이 위험구역을 알리는 안전선(Safety Line)을 네트로 활용, 편을 갈라 공놀이를 하고 술을 마신 후 수영을 하는 등 위험천만한 모습들을 수없이 목격할 수 있다.
지난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92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추진해온 물놀이대책기간이 종료됐다. 따라서 올해 시행된 대책 등을 차분히 따져서 잘된 점은 더욱 발전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무엇보다도 한 생명이라도 물놀이 사고로부터 안전하게 하는 정책을 강구하고 즐거워야 할 물놀이가 소중한 가족을 잃는 아픔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의식을 더 한층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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