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범국민 노력이 성범죄 막아/김태석 여성가족부 차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9.23 18:03

수정 2012.09.23 18:03

[차관칼럼] 범국민 노력이 성범죄 막아/김태석 여성가족부 차관

"일이 바빠 아이 하굣길에 마중 나가지 못한 날은 아이를 만날 때까지 안절부절 못합니다." "성폭력 사건이 연일 뉴스에 나오는데 어린 딸과 아내가 너무 걱정 됩니다."

최근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을 만나면 근심 어린 표정들이다.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감추기 급급했던 성폭력이 사회문제로 논의되고,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에 와서야 '성폭력범죄의 처벌과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폭력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법 시행 후 18년 가까이 지난 지금 성폭력 피해자 지원 인프라는 당시에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가족부가 의료기관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성폭력 피해 통합지원센터다. 원스톱지원센터나 해바라기아동센터로 알려져 있는 통합지원센터는 상담.의료.법률.수사 서비스를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상담소와 병원, 경찰서를 오가며 겪어야 했던 불편을 덜고, 피해자가 하루빨리 회복될 수 있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다. 2004년 1곳으로 시작한 것이 올해 31곳이 되었다. 앞으로도 추가 설치하여 피해자들의 접근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여성가족부는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정책을 주로 다루면서, 아동.청소년 성범죄를 위한 정책을 특별히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과거 법적 안정성이나 가해자의 인권을 이유로 도입이 어려웠던 성범죄자 신상정보 인터넷 공개와 우편고지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2000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정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 폭력과 착취가 사회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와 안전한 성장을 위해 아청법을 특별법으로 제정했다.

그러나 아청법 제정 당시, 법률안 심의과정과 공청회 등에서 입법형식과 신상공개 인정여부에 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우선 입법형식에 관해 당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인가 혹은 기존 법률을 보완할 것인가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있었으며 결론은 특별법 성격의 개별법 제정이었고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아청법'이다.

또한 성범죄자 신상공개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많았으며 '신상공개는 행위자를 처벌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신상공개를 통해 일반인들을 계도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형벌과 다르고, 범죄자는 그 범죄를 저지른 순간에 사실상 사생활에 대한 권리 중 신상공개에 관한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논거하에서 도입됐다.

최근 언론 등에서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많이 제기됐다. 대부분이 공개된 정보에 대한 접근이 불편하고, 정보가 세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보다 상세한 정보까지 공개하고, 국민이 더욱 편하게 열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또한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범죄 대상을 벌금형까지 넓히고, 경찰이 신상정보의 진위를 직접 확인해 허위 정보가 공개되는 일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성폭력 예방을 위해 부모와 아이가 알아야 할 내용을 담은 교육영상자료를 전국에 배포하고 있다.

얼마 전 '성매매방지법' 때문에 성폭력이 증가한다는 내용의 언론보도를 봤다. 성폭력 방지를 위해서 성매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이는 성매매와 성폭력에 대한 심각한 오해다. 성매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성은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다.


따라서 이러한 왜곡된 성문화와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범국민 캠페인이 일어나야 하며 민간의 자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음란물을 퇴치하는 등 건전한 성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캠페인에 국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한다.
지역 곳곳에서 아이만 안전한 사회는 없다는 생각으로 참여해 준다면 성폭력 범죄자는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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