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FTA전문 특성화高 육성을/박해철 중소기업중앙회 대외협력본부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1.06 17:25

수정 2012.11.06 17:25

[특별기고] FTA전문 특성화高 육성을/박해철 중소기업중앙회 대외협력본부장

정부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전 세계 45개 이상의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앞으로도 중국·일본 등 30여개국과 추가적으로 체결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들은 수출경쟁에서 경쟁국 기업들에 비해 크게 경쟁 우위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중소기업들의 FTA 활용도는 아직 낮은 실정이다. 가장 큰 원인은 원산지를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FTA 체결의 실익은 결국 원산지 증명을 통한 관세 절감으로 일선 중소기업들이 원활하게 원산지 증명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선 원자재 생산기업에서부터 중간부품 생산기업 그리고 완제품 생산기업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서플라이 체인에 존재하는 모든 기업이 원산지 증명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더불어 실제 증명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의 현실은 이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인 모 중견기업의 경우에도 대기업에서는 이미 한·미 FTA 발효 직후부터 납품단가를 관세 인하 가능분만큼인 8%를 인하했음에도 자사의 중소 협력업체들이 원산지 증명을 위한 준비가 전혀 안돼 있어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한다.

이미 정부가 FTA-PASS 프로그램을 만들어 무료로 보급하고 개별 회사를 직접 방문해 컨설팅 사업까지 벌이고 있지만 기존의 8만 수출기업에 더해 내수기업들의 수출 기업화 노력까지 감안할 때 FTA 활용도 제고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다.

중소기업 현장에는 전문지식을 갖춘 수출인력도 부족하다. 과거 신용장 방식의 전통적인 수출입 방식이 점차 축소되고 전신환(T/T)이나 외상수출어음(D/A)방식의 수출이 일반화되고 있음에도 기술개발과 영업에만 치중해 온 우리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이러한 용어조차 익숙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수출을 최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FTA 활용 등 무역 관련 실무능력을 전반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1970년대는 물론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상업고등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취직을 준비하는 상대생들까지 주산과 부기를 열심히 배우던 시절이 있었다. 주산의 경우에는 지금의 영어 열풍처럼 초·중등 학생들까지도 열심이었다. 이런 젊은 인력들이 자연스럽게 전국 각지에 소재한 산업 현장에서 폭넓게 활동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부족했던 경제개발 시대임에도 회계처리 능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리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젊은 인재들이 고실업에 시달리는 요즘 불필요한 학력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는 글로벌 무역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FTA를 중심으로 무역실무 능력을 전문적으로 배양하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적극 육성할 필요성이 크다.
FTA를 비롯해 수출입에 필요한 실무지식은 물론 무역 관련 외국어를 집중적으로 연마함으로써 졸업 후 무역전선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인력을 양성해 각 산업 현장에 진출하도록 하면 국내 중소기업들의 무역실무 경쟁력은 2~3년 이후부터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게 될 것이다.

나아가 이들 무역전문 인재는 전 세계를 상대로 교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미래의 수출기업인들로 성장해 갈 것이다.
FTA 전문 특성화고를 적극 육성함으로써 세계시장을 주도할 우리의 젊은 수출 DNA들이 대거 배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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