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에 빠진 웅진그룹이 핵심 계열사 매각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웅진그룹은 주력사인 웅진코웨이 매각이 지지부진하자 최근 웅진패스원을 먼저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웅진씽크빅의 알짜 자회사로 취업·직무향상 등 성인교육 업체인 웅진패스원은 웅진코웨이보다는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아 매각이 쉬워 이른 시간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 매각 여건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동종업계 메리트 없어
15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이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내놓은 웅진패스원의 새주인 찾기 시나리오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회원수만 100만명에 달하는 웅진패스원은 웅진그룹의 모태인 웅진씽크빅의 자회사이며, 지난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웅진홀딩스의 손자회사다. 웅진패스원은 공무원 등 자격증과 성인 직업교육 분야 1위 업체로 지난해 매출 816억원, 영업이익 101억원을 기록했다. 웅진패스원의 해외 지분 매각설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에 매각, 동종 교육업체와 합병, 독자생존 가능성 등이 여전히 함께 거론되고 있다. 최근 웅진홀딩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웅진패스원 매각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회사 매각 절차를 본격화했다.
매각과 관련된 각종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쉽게 거론되면서도 성사 가능성이 작은 것은 국내 동종 교육업체가 인수합병(M&A)하는 것이다. 대교, 교원, 메가스터디 등 동종 업체의 경우 웅진패스원 인수를 위한 자금 동원은 어느 정도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교육기업은 웅진패스원을 인수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작다는 게 동종 업계의 평가다. 메가스터디 등 동종 인터넷 기반 교육업체들은 이미 비슷한 온라인 강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별도로 웅진패스원 인수에 대한 메리트가 없다는 입장이다.
웅진패스원의 경쟁업체인 에듀윌 관계자는 "메가스터디 등이 웅진패스원을 인수할 가능성은 작다"면서 "차라리 기존에 갖고 있는 온라인 학습 역량으로 직접 진출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분 투자 방식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메가스터디는 최근 투자 금융회사를 설립하고 신성장동력 사업에 투자를 물색하고 있다.
대교와 교원그룹의 웅진패스원 인수설도 나왔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교는 온라인 서적 업체 리브로 매각을 준비 중이고, 교원도 그룹 내 자회사와의 M&A 등 몸집 줄이기를 진행 중이어서 새로운 기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교원그룹의 경우 웅진코웨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 때문에 웅진패스원 인수자로 거론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인수는 여론이 문제
웅진패스원의 국내 매각을 위해선 대기업이 움직여야 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KT와 SKT 등 교육업종 진출에 관심을 가져온 대기업들이 웅진패스원에 눈독을 들일 만하다는 것이다. 이들 대기업의 웅진패스원 인수 여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동반성장 차원에서 대기업들의 교육업 진출에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교육업계의 풍토가 큰 걸림돌이다. 결국 국내 매각이 어려워지면서 해외 매각설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최근 떠올랐다. 이 경우 웅진패스원이 경영권을 쥐고서 지분만 외국인 대주주에게 내다 파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웅진패스원은 웅진씽크빅과 합병을 통한 독자 생존 가능성도 희미하게 남아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웅진패스원 서영택 대표가 웅진씽크빅 대표 겸임에 들어가는 등 합병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됐다. 웅진패스원의 성장동력이 크다는 게 그룹 내 평가였다.
한편 웅진패스원은 법원, 검찰, 경찰직 공무원, 초·중등 교사임용, 공인중개사·주택관리사 등 일반자격증, 회계사, 세무사, 약의학 전문대학원, 금융자격증 교육사업까지 꾸준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 하지만 그룹 위기 이후 채권단이 웅진패스원 매각을 종용하고 있어 합병 등을 통한 독자 생존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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