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통업체들은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등 연말까지 홀리데이 쇼핑시즌 동안 연매출의 20%를 올린다. 미국에서 소비가 경제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유통업계의 한 해 장사 성패가 이 기간에 결정되는 셈. 특히나 올 연말엔 '재정절벽(fiscal cliff)'과 같은 거대한 위기를 앞두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은다. 재정절벽은 올 연말 세금감면제도가 종료되면서 정부지출 감소 및 세수 확보로 인해 미 경제가 입는 충격을 말한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관련기관 및 전문가들을 인용, 현재 미 시장 분위기는 연말 쇼핑시즌 특수에 힘입어 소비가 '반짝'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과 허리케인 샌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가 혼재돼 있다고 진단했다.
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올해 휴일 쇼핑 시즌 매출은 지난해보다 3.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은 성적은 두 해 연속으로 전년비 3.7%를 웃도는 증가율을 기록했던 2010~2011년에 비하면 낮지만 재정절벽의 우려 및 샌디의 여파 등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고 이 업체는 평가했다.
특히 최근 고용 등 일부 경제지표들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미 의회 지도부가 재정절벽 타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는 게 낙관의 근거다.
이런 가운데 소비 촉진을 노리는 미 대형 유통업체들은 '사이버 먼데이' 전략으로 무장하고 나섰다. 온라인상점에서 큰 폭으로 할인된 값에 상품을 판매하겠단 전략으로 휴일 쇼핑 기간 소비자들이 자정까지 줄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경감시켜주겠단 의도다. 미 국가소비연맹에 따르면 97.3%의 온라인 업체들이 이 전략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것이란 분석이다. 가계부채가 감소한 반면 소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업체 입소스가 미국인 17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6명꼴로 휴일 쇼핑 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소규모 금융서비스 업체인 씽크 파이낸스가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85%가 소비를 예년 수준 이하로 줄일 것이라 밝혔다.
상품예약구입제도(layaway)를 활용하겠단 고소득 소비자들도 늘었다. 이는 상품값의 일부만 선결제한 뒤 잔액을 완불함과 동시에 상품을 받는 방식이다. 연간 소득이 7만5000달러~9만9999달러(약 8119만5000원~1억825만8900원)인 응답자의 2명중 한 명 꼴로, 10만달러(약1억825만9900원)이상인 응답자 가운데 32%가 이 제도를 활용하겠다 밝혔다.
월마트의 찰스 홀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정절벽에 따른 급여 감소 등 현실적인 문제가 소비심리를 압박한다"고 말했다. nol317@fnnews.com 김유진 김문희 박소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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