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경북)=정상균 기자】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지난 20일 헬기를 타고 강원도 강릉시 옥계에서 영월로 이동했다. 옆 자리엔 윤용철 포스코엠텍 사장이 동석했다. 이날은 포스코 입장에선 꽤 의미있는 날이다. 정 회장이 포스코를 종합소재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후 맺은 첫 결실이기 때문이다. 그 열매는 포스코의 미래사업인 마그네슘 제련공장 1단계 공장이다. 옥계에 위치한 이 공장은 포스코가 투자하고 포스코엠텍이 운영을 맡는다.
정 회장은 이어 영월을 찾아 포스코엠텍이 최근 준공한 몰리브덴 습식탈황 제련공장을 찾았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포스코가 핵심산업에 필요한 희귀금속 등 비철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마그네슘과 몰리브덴은 첨단산업에 필요한 초경량 신소재지만 전량 수입해 쓰고 있다.
■포스코엠텍, 신소재 중심에 서다
기자와 만난 윤 사장은 "포스코가 종합소재.에너지로 성장한다는 전략의 중심엔 포스코엠텍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라 비교적 편안해 보이는 윤 사장은 차분하게 말을 시작했다.
올해 포스코엠텍은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40% 이상 증가한 225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올해 매출은 9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종가(1만1800원)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이 5000억원에 육박했다.
그간 포스코엠텍은 철강재 포장, 철강 부원료 등 포스코 부대사업으로 별 변화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이어 정 회장이 종합소재기업 비전 선포를 하면서 용해로 제련기술을 갖고 있는 포스코엠텍은 첨단소재 사업의 최적의 파트너로 떠올랐다. 포스코와 함께 지난해부터 소재사업 투자를 본격화한 포스코엠텍의 결실은 올 4.4분기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몰리브덴, 마그네슘 등 소재 국산화
그럼 윤 사장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어디서 나올까. 우선 50억원을 투자해 지난 9월 영월에 공장을 준공한 몰리브덴 습식탈황 제련사업에서 나온다. 현재 시험가동 중인 이 공장은 연산 2400t의 산화몰리브덴을 생산, 포스코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몰리브덴은 포스코가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첨가제다. 포스코엠텍은 오는 2014년 몰리브덴 사업으로 연 매출 400억원 이상을 올릴 계획이다.
원료도 자급자족하기 위해 미국 마운트호프 광산에도 포스코와 함께 4억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63만t 규모의 몰리브덴이 매장된 이 광산은 최근 광산채굴 승인이 났다.
윤 사장은 "몰리브덴 원료광산에서 최종 제품까지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강릉 마그네숨 제련공장도 생산규모를 키운다. 현재 1만t 정도에서 2014년까지 4만t, 2018년까지 10만t 규모로 공장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는 연간 5000억원 규모의 매출이 기대된다.
고순도 알루미나 사업도 비중이 크다. 포스코엠텍은 알루미나 사업을 하는 KC와 손잡고 전남 목포 대불공단에 500억원을 투자, 오는 12월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원천소재인 고순도 알루미나 생산 공장을 준공한다.
이창형 포스코엠텍 기획재무부분장은 "수요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생산능력을 당초 2000t 규모에서 5000t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일본, 대만 등에도 수출해 매출과 이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가 1400억원을 투자한 페로실리콘 공장(연산 3만5000t)도 건설 중이다.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 내 공장이 내년 상반기 중 완공되면 포스코엠텍이 운영을 맡는다.
■도시광산 사업도 밸류체인 완성
폐전자 제품에서 희귀금속(인듐, 코발트, 니켈, 텅스텐, 금 등)을 뽑아내 재활용하는 도시광산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엠텍이 1∼2년 전 인수한 도시광산 업체인 나인디지트(습식 제련)와 리코금속(폐기물 수거.해체)을 흡수합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문장은 "두 회사와 흡수합병으로 폐기물 수집부터 제련(금속 추출)까지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된다"고 했다.
이뿐 만 아니다. 인도네시아에 알루미늄 탈산제(연산 1만2000t 규모), 알루미늄합금(연산 1만8000t) 공장을 내년 3월 준공한다. 알루미늄 탈산제는 제강용 부원료로 현지에 건설중인 포스코 인도네시아 제철소에 공급한다. 알루미늄 합금은 수요가 늘고 있는 동남아지역에 수출할 계획이다.
박한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광산과 희귀금속, 고순도 알루미나와 같은 첨단소재에 진출하고 있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skj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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