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6년'은 1980년 5월,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는 비극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사망자와 부상자 수는 6·25 전쟁 이후 최대로 지금까지 확인된 사상자만 무려 4122명. 당시 군의 권력자인 '그 사람'은 이 만행을 발판으로 대한민국의 11대 대통령이 됐다.
'26년'은 당시 계엄군이었던 남자와 시민군의 아들, 딸이 만나 정확히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 을 향해 복수를 시도하는 영화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서 시민군을 죽인 죄책감에 시달려온 어느 대기업 회장 김갑세(이경영 분)가 부모를 잃은 젊은이들을 끌어 모으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대중에게 되새겨주는 계기가 될 듯하다.
사실 이 영화는 완성되기까지 몇 차례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2009년 크랭크인을 앞둔 시점에 영화 촬영이 중단됐다가 3년여가 지난 올해 완성된 작품이다. 관객에게 투자를 받는 제작두레 방식으로 전체 제작비 46억원 가운데 7억여원을 모아 영화를 완성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번 영화는 강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은 지난 2006년 포털사이트 다음 연재 당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며 연일 화제를 모았던 작품. 원작의 파격적인 소재와 역사적 사건에 과감한 상상력을 더해 생생하면서도 참신한 팩션 영화가 탄생했다.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제법 높은 출연 배우들의 면면도 화제를 모았다. 행동대장 곽진배 역의 진구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체중을 감량했다. 마초 느낌이 물씬 풍겼던 원작의 곽진배는 배우 진구를 만나 다혈질이지만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인간적인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배우 한혜진은 저격수 심미진을 연기하기 위해 사격을 배웠다. 작전설계자 김갑세 역은 배우 이경영이 맡아 강렬한 눈빛 연기로 드라마를 이끌었다. 또 '그 사람'은 성우 출신인 장광이 맡아 목소리와 말투까지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극 초반 당시의 학살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부분도 신선하다는 평가가 많다. 아무리 리얼하게 표현한다 해도 그날의 상황을 똑같이 재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눈에띄게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 결국 염원대로 '그 사람'을 처단하기는 하지만 단죄에 이르는 과정이 느슨하게 전개돼 아쉽다.
'후궁:제왕의 첩' '장화,홍련' '음란서생' 같은 영화에서 감각적인 미술을 선보였던 조근현 감독의 연출 데뷔작. 15세 이상 관람가. 29일 개봉.
news100@fnnews.com 이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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