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아직도 골프를 먼 나라의 고급 놀이로만 알던 시절에 국내 S그룹의 회장님께서 골프 예찬론을 편 적이 있었다. 회장님의 골프 예찬론에 S그룹의 과·차장급 직원들까지도 다들 "아하! 골프는 직장생활의 기본이로구나"라고 생각하며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 그 회장님께서 골프를 '룰과 예의'로 정의했던 기억이 난다.
골프는 아마추어들이 플레이를 할 때 심판이 따로 없기 때문에 (프로들의 시합인 경우는 경기위원들이 있지만) 플레이어가 스스로 룰을 지켜야 하고 장시간 플레이하면서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S그룹에서는 '골프룰 북'을 비매품으로 발간해 나누어 준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 당시 골프를 배운 S그룹 사람들은 다들 룰을 지켜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룰을 어기면 벌타를 매기곤 했다. 그러다 보니 룰 관련 문제가 종종 생기곤 했다.
룰 관련 에피소드 하나!!
오래 전 경기 오산 부근 P골프장에서 플레이를 하는데 중간에 비가 갑자기 쏟아졌다. 허둥대면서 그린에 올라 빗속에서 퍼팅을 하는데 한 친구가 캐디로 하여금 우산을 씌운 채 퍼팅을 하는 게 아닌가!
공교롭게도 그것이 들어가서 돈을 지불해야 할 입장이 됐다. 할 수 없이 벌타 2점을 매기고 나니 그 친구는 그 후 몇 홀을 헤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골퍼들 중 골프 룰을 제대로 알고 플레이하는 골퍼들이 몇 퍼센트나 될까. 18년 동안 골프를 즐겨왔지만, 싱글을 친다는 골퍼들도 '노란 말뚝'과 '빨간 말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보기 어려웠다.
해저드에 들어가면 해저드 말뚝과는 상관없이 물에 '퐁당' 들어간 지점을 기준으로 옆에서 공을 드롭하고 치는 골퍼들이 태반이다. 볼을 옮겨서 좋은 곳에서 치거나 치기 쉽게 라이를 개선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골퍼들도 많다. 오래 전에 스위스에서 골프를 한 적이 있었는데 벙커샷 후 대충 발로 정리를 하고 나왔더니만, 저 멀리서 벙커를 제대로 정리하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스위스 사람이 있어 톡톡히 창피를 당한 적이 있었다. 내 딴에는 제법 정리가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우리나라에서 디봇 자국을 보수하거나 벙커샷 후 벙커를 정리하는 골퍼들을 정말 보기 힘들다.
10여년 전에 수원에 있는 T골프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프런트 옆에 공고문이 하나 붙어 있었다. 내용은 '회원 ○○○외 3명은 당 골프장에 영구히 출장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캐디에게 연유를 물어보니 친구끼리 컨시드를 누구에게는 주고 안 주고 하는 문제로 시비가 붙었는데, 한 명이 티샷을 하려는 순간 다른 사람이 골프채로 머리를 때리는 일이 생겼단다. 준살인에 해당하는 일이 골프장에서 벌어졌다. 물론 그 사람들은 상당한 내기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일본 골프장의 경우 잔디관리를 정말 잘 하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정리가 잘 돼 있고 직원들도 아주 친절하다. 일본의 골퍼들은 룰도 잘 지키며 대충 OK 주는 경우도 없다. 스코어도 치는 대로 그대로 적어 서로 맞는지 확인까지 한다. 골퍼들도 정말 예의가 바르다.
한국은 일부 골프장을 제외하면 코스 상태는 별로인 반면(이는 기후 영향도 일부 있을 것이다), 고객을 소떼 몰 듯한다. 골퍼들에 대한 배려가 아직도 너무 미흡하다(퍼팅하고 있는데 종업원들이 카트 몰고 싱싱 지나가거나 캐디들이 채를 정리하는 소리가 탕탕 들려온다)
국가에는 법이 있고 기업에도 규정이나 기준이 있듯이 모든 공동 사회엔 항상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공동의 룰이 있다. 이는 특정인을 위한 것도 아니고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공동의 룰을 잘 지킬 때 우리 모두가 혜택을 같이 받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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