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에선 한 명의 왕을 위한 무덤인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해 10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동원됐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인간사회에서는 개인의 능력이나 신분에 따른 차별이 존재해 왔고 서로 높은 곳에 올라서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돼 왔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며 시대에 따라 부정되기도, 비판받기도 했지만 인간사회에 늘 존재해 왔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 경제상황과 다르지 않아 마치 보이지 않는 피라미드가 존재하는 듯하다. 아마 그 경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소수의 대기업들이 있고 그 아래에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대기업들을 지탱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아래에는 누가 있을까. 바로 275만명의 소상공인들이다.
그들은 집 앞 치킨집 아저씨, 세탁소 할머니, 반찬가게 아주머니 등 우리의 이웃 사람들이다. 이들이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포 수 기준 87.8%에 달하며 이들에게 생활을 의탁하며 살아가는 부양가족까지 감안한다면 10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런 모양으로 성장해 온 우리의 경제 피라미드가 이제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잘사는 사람들이 더 잘살고 못사는 사람들이 더욱 못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덩치를 더 키우기 위해 골목상권에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대기업들과 가장 아래에서 위태위태하게 경제를 지탱해오다 견디지 못하고 하나씩 무너지는 소상공인들이 같은 곳에 존재한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기업형슈퍼마켓(SSM) 문제, 동네 빵집 문제 등으로 갈등이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대로 있다가는 바닥부터 시작해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릴 것은 분명하다.
여기 우리에게 의미 있는 사례가 하나 있다. 세계 1위 통신업체인 보다폰은 가난하고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아프리카로 사업 진출을 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위기를 "피라미드를 지탱하는 아랫 부분에 있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추자"라는 구호를 통해 극복해냈다. 이들은 가난하며 은행이 절대 부족한 아프리카의 상황을 적절히 고려해 최소의 전화 기능과 모바일 결제 기능만을 탑재한 휴대폰을 제시했고 각종 지원사업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휴대폰 보급에 앞장섰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는 통신 인프라를 갖추며 급속도로 성장했고 그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갔다. 보다폰은 연평균 50%에 달하는 매출 성장이라는 성과와 동시에 5억명이 넘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소통의 기회를 줬다.
우리가 여기서 배워야 할 점은 '경제 피라미드의 하층 부분'을 '피라미드의 기초 토대'로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만으로도 보다폰은 신시장 개척과 아프리카 대륙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소상공인을 '하층 부분'으로만 보는 대기업들의 태도와 관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소상공인들은 결코 우리 경제의 짐이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며 창의적인 사업가이자 소비의 주체로 한국경제의 피라미드가 높게 솟아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소중한 존재다.
한국 대기업들이 진정성을 갖고 소상공인들을 한국경제의 '기초 토대'로 바라보고 접근한다면 대기업 자신과 한국경제 모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곧 다가올 2013년. 다시 한번 크게 솟아오를 한국경제 피라미드의 조화로운 발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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