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남자’ 문채원 “서은기는 꼭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인터뷰]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이하 착한남자)’를 통해 한 층 성장한 배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선 배우 문채원을 만났다.

차갑고 냉철한 서은기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서은기 두 얼굴을 연기한 그녀는 이중적인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며 ‘문채원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이끌어 냈다.

◇ ‘착한남자’ 제목 논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영향 미쳤다”

극중 문채원이 맡은 서은기는 태산 그룹 회장의 딸로 차가운 얼음 심장을 가진 인물. 그러나 극 중반 기억을 잊은 그녀는 순수함에 가득 찬 정반대의 모습으로 마루(송중기 분)를 향한 사랑을 펼쳤다.

두 가지 모습을 선보여야만 하는 서은기 캐릭터를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민이 따르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문채원은 원래 해보고 싶은 캐릭터였다고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은기는 재벌집 딸이고 누군가를 한 번도 진심으로 사랑해 본적은 없지만 깊은 사연이 있는 캐릭터에요. 데뷔 때부터 이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는데 주로 남자 배우들의 캐릭터였죠. 당시에는 제가 한창 활동하는 시점에 이런 캐릭터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정말 감사하죠”

서은기의 슬픔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다는 그녀는 은기에게 연민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큰 힘을 얻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사실 은기가 기억을 잊은 부분이 시작되니까 앞전에 애정을 갖고 하던 캐릭터를 떠나보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하루 만에 캐릭터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오히려 초반 은기의 대사가 훨씬 많았는데 이상하게 후반 은기의 대사가 더 잘 안 나와서 당황했던 때도 있었어요. 색다른 경험이었죠”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았던 ‘착한남자’는 당초 제목을 ‘차칸남자’로 표기했다. 하지만 공영방송인 KBS에서 맞춤법을 틀리게 사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결국 3회부터 ‘착한남자’로 정정하게 됐다.

예기치 못한 작품 논란에 배우인 문채원 역시 혼란스러웠을 터.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촬영이 바빠서 제목 논란에 대해서 조금 늦게 알았어요. 근데 제 기억으론 제목을 바꾼 회부터 시청률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 논란들 때문에 드라마에 대해 궁금해 하시고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아서 결론적으로는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 7년 후 마루의 프로포즈, “행복vs놀라움, 어떤 표정 지을지 많이 고민했다”

수많은 궁금증을 낳았던 ‘착한남자’의 결말은 은기와 마루의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마루는 7년 후 한 시골마을 보건소에서 근무하게 됐고 은기는 태산그룹을 포기하고 그의 곁을 맴돌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마루는 은기에게 커플링을 건네며 프로포즈를 했다. 이는 7년 전 마루가 은기에게 건넸던 반지였던 것. 마루 역시 은기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는 반전 결말은 종영 이후에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마루의 내레이션을 보면 기억을 잊은 적이 없는 것처럼 나와요. 이 장면을 찍을 때 단순하게 행복한 표정을 지을지 약간의 당혹스러운 느낌을 표현할지 고민을 했어요. 대본에는 ‘미소’라는 한 마디만 써 있어서 작가님한테 여쭤봤는데 ‘니 마음대로 해’라며 저한테 결정권을 주시더라고요”

많은 고민을 거친 문채원은 후자의 표현 방식을 선택해 연기했다고. 그녀는 “미묘하게나마 은기는 알고 있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약간의 놀라움을 넣는 걸로 설정했어요. 다행히 시청자분들도 그걸 알아주셔서 연기하는 저로선 기분이 좋았죠. 엔딩까지 반전이 있다는 게 참 재밌었어요”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촬영 중 맞은 생일, “스태프들의 축하와 함께 내린 첫 눈, 잊지 못할 것”

인터뷰 내내 은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던 문채원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정말 많다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사실 드라마 한 편을 하면서 세 장면 정도 기억에 남으면 참 행복한 추억인데 이번 작품은 생각나는 장면이 정말 많아요.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은기가 독설을 날리면서 처음 등장하는 장면인데 많이 연습했었어요. 또 아오모리에서 마루와 키스신도 기억에 남고 기억을 잊고 마루를 처음 봤을 때, 마지막 20회도 모두 기억에 남아요”

지난 11월13일이 생일이었던 문채원은 이날 역시 바쁘게 촬영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런 가운데 스태프들과 팬들, 그리고 이경희 작가에게 케이크를 선물 받았다는 그녀는 이 날이 잊지 못할 생일이 된 또 한 가지의 이유를 털어놓았다.

“그 때가 마지막 회에서 마루가 제 대신 칼을 맞아 피를 흘리는데 전 그걸 모르고 키스를 하는 장면을 찍을 때였어요. 누가 ‘언니 눈 와요’라고 해서 하늘을 보니까 정말 눈이 오더라고요. 생일 날 첫 눈을 본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작가님한테 문자도 보내고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 상대 배우 송중기, “NG 별로 안 내, 역시 학구파”

드라마와 영화의 흥행으로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송중기와 함께 호흡을 맞춘 문채원은 바쁜 활동에도 불구하고 촬영장에서 에너지를 쏟아내는 그의 모습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저도 작년에 드라마랑 영화를 동시에 해봤었는데 송중기 씨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가 잘 되면 드라마에도 도움을 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고맙기도 했죠”

또한 송중기는 ‘착한남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마지막회 비하인드 영상에서 대사를 잘 외우는 아역배우를 앞에 두고 NG를 내며 “대사 잘 외운다.

오빠는 잘 못 외워서 미안하다”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송중기 씨는 NG를 많이 안내는 편이에요. 저희 둘 다 대사가 정말 많았잖아요. 근데 송중기 씨는 대본을 몇 번 읽으면 바로 입에 붙이더라고요. 그래서 ‘괜히 학구파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암기력을 키우기 위해 견과류를 먹었어요(웃음)”

◇ 배우 문채원의 계획, “일 년에 한 두 작품씩 꾸준히 선보이고파”

연말이 다가오는 겨울, 배우들에겐 각종 시상식들이 대기하고 있다. ‘착한남자’를 통해 이중적인 면모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던 그녀는 좋은 반응과는 달리 상에 대해 욕심을 갖지 않는다며 속내를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상에 대해서 욕심을 내거나 관심을 둔적은 없어요. 수상소감도 준비하지 않아서 말도 느리게 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하다가 무대에서 내려오곤 했는데 상은 배우로서 용기 있게 도전하라고 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작년에 상복이 많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보답은 연기 활동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도전해야죠”

마지막으로 그녀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일 년에 한 두 작품씩 꾸준히 하면서 대중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을 밝혔다. 다수의 작품을 하기 보다는 자신이 애착이 가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길로 가길 원한다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 더 빨리 좋은 작품을 만나서 인사드리고 싶어요. 올해는 너무나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를 만나 6개월 동안 몰두할 수 있어서 감사했던 한 해였는데 내년에도 역시 용기 있게 모험해야죠. 데뷔 이래로 늘 감사한 한해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배우로서 행복합니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e-mail]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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