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IT)에서 공식제안된 국제전기통신규약 최종안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13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고 전했다. 각국 정부가 인터넷 통제권을 가지게 되면 인터넷 검열 및 규제 확산의 정당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2 WCIT는 유엔 산하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주최로 2일부터 14일까지 193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두바이에서 진행됐다. 이번 회의는 개막전부터 인터넷 분야를 ITRs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다. 지난 1988년 ITRs가 제정될 당시에는 인터넷 관련 규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줄곧 통신 분야에 대한 개정만을 주장했던 미국은 이번 최종안에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협정에 포함된 스펨메일 규제 관련 규정이 정치적 소통을 차단하는 정당화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과 협정이 해석에 따라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업체를 통제하는 권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리 크래머 미국 대표는 "이대로는(인터넷 통제권이 명시된 채로는) 최종안에 서명할 수 없다"며 "협정에 서명하는 국가들이 곧 괜한 일을 했다는 '구매자의 후회(buyer's remorse)를 느낄 것"이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인터넷을 개방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다"고 역설했다.
영국도 "이번 협정에는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며 서명을 거부했다.
FT에 따르면 본 협정은 찬성 국가들에 의해 서명될 전망이다. 다만 이들은 당초 원안보다 완화된 표현을 내놓는 등 협상을 시도했음에도 인터넷 선진국의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됐다. 한 참가국은 인터넷 선진국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것은 "재앙"에 가깝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회의는 미래의 세계전기통신분야 규칙을 합의하는 자리였지만 인터넷 이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현저한 시각차만 확인한 채 막을 내렸다.
bobsso85@fnnews.com 박소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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