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정부'를 표방하는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금융소비자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그동안 평범한 일반 금융소비자들은 거대 금융자본에 대해 약자의 입장에서 높은 이자를 내고, 상대적으로 부실한 서비스를 받아왔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각종 지원책과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을 통해 금융 약자 지원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실제 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은 공약에서부터 가계부담을 덜기 위한 각종 정책을 제시, 서민들의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서민금융 시도, 성과는 아쉬워
이병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서민금융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강화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등이 있으며 이 4대 사업은 지난 2009년부터 올 10월까지 81만5929건에 7조3708억원을 지원했다.
지원 사업을 통해 상당수 서민들이 혜택을 받았지만 일부에 집중되거나 연체율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특히 차상위계층이나 중소기업 직장인 등은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자율 프리워크아웃 활성화, 은행권 10%대 신용대출상품 개발, 서민금융 거점점포·전담창구 개설, 저신용자 맞춤형 신용평가체계 구축, 서민금융 상생지수 도입 등 5대 중점과제를 설정, 추진해왔지만 이 역시 가계부채 해결 등의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제도적 개선도 꾀했다. '서민금융지원센터'를 통해 서민들의 금융 접근성을 강화했고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를 무려 35년 만에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카드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표준약관 제정을 추진했으며 올해 상반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감원 내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설치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서민금융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지원에는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차기정부, 서민금융 꽃 피울까
박근혜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보다 한발 더 나아간 서민 지원을 강조했다. 가계부담 완화를 위해 신용회복 신청과 승인 시 빚 50% 감면(기초수급자의 경우 70% 감면),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저금리 장기상환 대출로의 전환 등을 약속했다.
특히 '가계부채' 분야에서는 '국민행복기금' 설립을 통해 320만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고 과다채무를 해소해주겠다고 했다. 또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위해 대부업을 금융감독망에 포함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각종 법규 및 관행을 개선, 금융소비자들의 권리를 되찾아 주겠다고 했다.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해주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 측은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적 약자에게 확실하게 도움을 주고 국민적 공감대가 미흡한 정책은 단계적으로 접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는 극대화하겠다"며 "대기업 집단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되, 잘못된 점은 바로잡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금산분리 강화, 기업지배구조 개선,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불법 및 사익편취행위 근절을 통해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박 당선인의 정책에 대해 실천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지원을 위한 예산 마련, 대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김동환 박사는 "국회 동의를 거쳐 기금을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대기업 문제 역시 기존 순환출자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등의 문제가 산적해 박 당선인의 의지에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주권시대 '대세'
박근혜 정부에서는 금융체계 개편작업을 통해 금융소비자 주권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감독원 내에 있는 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도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관심을 끈다. 앞으로 인수위원장 인선이 끝남에 따라 향후 인수위에서 어떤 방향으로 그림을 그리냐에 따라 정책 추진 수위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금융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마저 떨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차기 정부는 소비자들의 권익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