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쌍용차 사태,정치권·민노총은 손떼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10 16:59

수정 2013.01.10 16:59

쌍용차 입사 23년차. "죽어서도 쌍용인으로 남겠다"던 그가 지난 8일 공장 안에서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으려 했다. 류모씨(50)는 A4 용지 6장 분량의 긴 유서에서 정치권의 부실매각, 지원을 거부한 매정한 정부, 해고 동료들의 잘못된 투쟁을 원망했다. 이 모든 것이 "나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너무나도 고통이었다"고 그는 토로했다.

이른바 '쌍용차 사태'는 한국 노동계가 안고 있는 부조리의 총집합체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류씨와 같은 약자들만 줄줄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시계 태엽을 거꾸로 돌려보자. 1999년 대우그룹 계열사이던 쌍용차는 워크아웃으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 5년 뒤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했다. 그러나 상하이차는 2009년 철수했고 쌍용차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자구책의 일환으로 회사는 2600여명 넘는 직원을 정리해고 또는 무급휴직시켰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77일간 공장을 점거해 옥쇄파업을 벌였고 결국 공권력이 투입됐다. 2011년 인도 기업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했다. 작년 9월엔 국회에선 청문회가 열렸다. 마힌드라 측은 정치적 개입이 쌍용차에 대한 투자와 4500명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지금도 평택공장 밖 송전탑에서 고공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쌍용차 현직 근로자인 류씨의 자살 기도는 이 와중에 나왔다.

정치권의 개입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 못했다. 되레 갈등만 조장할 뿐이다. 청문회 열고 호통쳐 봤자 해고자 단 한 명도 복직시키지 못한다. 열쇠는 회사가 쥐고 있다. 회사가 잘 굴러가면 자연스럽게 무급휴직자-해고자 순으로 복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국회는 한진중공업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의원들이 회장을 불러 호통친 끝에 해고자 복직 약속을 얻어냈지만 복직 근로자 90여명은 복귀 즉시 휴직 상태다.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강경일변도 노조는 회사 회생의 훼방꾼이다. 77일 옥쇄파업을 계기로 쌍용차엔 민노총에서 탈퇴한 독립적인 기업노조가 생겼다. 자살을 기도한 류씨도 새 노조 소속이다. 반면 송전탑 농성과 국정조사 요구는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주도한다. 류씨는 "그렇게 공장에 돌아오길 원한다면 자금 지원에 동력을 쏟아 회사 정상화에 앞장서야 하는데 신차 출시장이나 모터쇼에서 시위로 이미지나 영업을 방해해 통탄스럽다"는 유서를 남겼다.

쌍용차 사태는 정치공방이나 극한투쟁으로 풀 수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사부터 살려야 한다. 일단 현 노사에 맡겨야 한다. 정치권은 청문회·국정조사가 아니라 쌍용차를 도울 실제적인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해고 노동자들의 생계 지원을 위해 사회보장제를 손질하는 것도 국회의 몫이다. 민노총은 공멸을 재촉하는 강경투쟁 노선을 버릴 때가 됐다.
뇌사 상태에 빠진 류씨의 희생이 헛되이 끝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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