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첫사랑의 설렘을 기억할 것이다. 지난해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였던 웨스 앤더슨 감독의 '문라이즈 킹덤'(사진)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은 겪어봤을 법한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12세 소년과 소녀. 얼핏 보면 성장영화처럼 비칠 수 있지만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금지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지금까지 웨스 앤더슨 감독 작품의 아역 주인공들이 그랬듯이 이번 영화의 주인공 샘(자레드 길먼 분) 역시 아이보다는 어른에 가깝다. 일찍이 부모를 잃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던 샘은 교회 학예발표회에서 한눈에 자신의 소울메이트 수지(카라 헤이워드 분)를 알아본다. 그는 아이 같은 수줍음이나 머뭇거림 없이 까마귀 분장을 한 수지에게 다가가 "바로 너"라고 호명한다. 수지 역시 자신을 알아봐 준 샘과 사랑에 빠진다. 펜팔을 통해 상처와 외로움을 나누며 점점 가까워지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니 지금 당장 떠나도 된다는 생각으로 둘만의 아지트를 찾아 떠난다.
영화는 오래 전 잃어버린 처음이라는 설렘, 첫 일탈 같은 사랑의 원형을 떠올리게 한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다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내게도 아직 소년(혹은 소녀)의 감성이 남아 있는 것일까'라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상영시간 내내 관객과 소통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그림 같은 영상과 음악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흔히 봐온 식상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 역시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미덕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이 1965년이다 보니 그 시절을 상징하고 추억하는 소품으로 가득 채웠다. 미장센부터 배우들의 의상, 무대미술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아름다운 영상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은 때론 설렘으로, 때론 순수함으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어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들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위험천만한 모험을 떠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택한 것도 영화의 신선함을 배가시킨다.
'문라이즈 킹덤'에는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이 같은 철부지 어른들이 대거 등장한다.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로 정평이 나 있는 배우들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로 유명한 브루스 윌리스다. 액션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180도 상반된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여기에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뭉친 에드워드 노튼(스카우트 대장 워드 역), 서로에게 무관심했으나 딸 수지의 가출 이후 따뜻함을 보여주는 빌 머레이(비숍 역), 프란시스 맥도먼드(비숍 부인 역)도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31일 개봉.
news100@fnnews.com 이지수 인턴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