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르네상스 시대가 예고되면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대·중소기업 간 바람직한 동반성장 방향이다.
이와 관련해선 제도 강화 등을 통한 정부 개입 확대와 대·중소기업 이해당사자 간 자발적 참여 확산의 두 축으로 나눠볼 수 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등 외부 장치를 통해 대기업들의 불공정행위와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막아야 한다는 데 중소기업계는 상당한 공감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반 대기업' 정서를 공고히 하기보단 대·중소기업 간 기술협력, 해외동반진출 등을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소기업들 역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경쟁력 제고 등으로 대기업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스스로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28일 중소기업연구원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등의 자료를 인용,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국내 대기업의 효율성은 7.40으로 비교대상 59개국 중 17위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의 효율성은 4.52로 59개국 중 51위였다.
특히 대기업 효율성에서 중소기업 효율성을 뺀 효율성 격차는 2011년 기준으로 59개국 중 59위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장 심한 모습이다.
이와 같은 효율성 격차는 노동생산성 차이에서 비롯되고 이는 R&D 투자, 기계화, 숙련도 등에 따라 다르다. 또 여기에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자 복지도 일정 영향을 미친다. 한마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이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에서도 극명하게 차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극화 해소, 동반성장을 위해 우리 사회 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문제제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벌어질 대로 벌어진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고 공정한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해 거론되는 대표적 제도적 장치가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와 적합업종 실효성 제고다.
IBK경제연구소 조봉현 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등 제도개선을 정권 초기에 적극 추진하는 방향은 옳다고 본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대기업에 대해 피해당사자인 중소기업이 방어하고 궁극적으론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를 사전에 막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기존 3배까지였던 배상금액을 최대 10배로 확대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개선안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의 배상금액이 피해 중소기업들에 바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무분별한 제도남용을 막기 위해 지금과 같이 정부가 배상액을 환수하되 중소기업들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개선책 마련이 아이디어로 제시되고 있다.
적합업종 실효성 제고는 중소기업계의 요구로 박 당선인이 공약에 채택했던 내용이다. 앞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행력을 강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기존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현재 국회에서도 관련법 개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적합업종 선정 움직임이 제조업을 지나 서비스 분야까지 넘어오면서 경계가 애매모호하고 자칫 또 다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는 '중소기업 간' 갈등으로 번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병기 선임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 간 합의에서 본격화된 적합업종이 시장 원리에 배치되는 서비스나 유통 분야까지 확대돼야 하는지 의문스럽다"면서 "동반성장은 제도가 아니라 R&D 공동 개발을 통한 대·중소기업 간 기술협력,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해외진출 견인 등을 통해 충분히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들도 대기업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다 공격적인 R&D 투자를 하고 정도·투명 경영을 포함한 사회적책임 노력 등으로 자체 경쟁력과 이미지를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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