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동남권 대표 상장사 탐방] (5) 친환경 종이제조 메카 한국제지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2.04 17:45

수정 2013.02.04 17:45

한국제지는 울산 온산공장 가동을 통해 연간 61만t가량의 복사용지, 아트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온산공장은 종이 제조에 필요한 스팀 전량을 주변에 위치한 고려아연 등으로부터 공급받아 사용해 자체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가 '제로'인 친환경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온산공장에 있는 4호기 전경.
한국제지는 울산 온산공장 가동을 통해 연간 61만t가량의 복사용지, 아트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온산공장은 종이 제조에 필요한 스팀 전량을 주변에 위치한 고려아연 등으로부터 공급받아 사용해 자체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가 '제로'인 친환경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온산공장에 있는 4호기 전경.

【 울산=김승호 기자】 "저기 뿌옇게 올라가는 연기는 뭔가."(기자)

"종이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수증기다. 하지만 단순히 수증기일 뿐 이산화탄소(CO2) 등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이곳엔 보일러가 있지만 2011년 초부터 완전히 가동을 중단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 이유다.
이 공장에서 배출되는 CO2는 한 마디로 '제로(0)'라고 보면 된다."(윤동호 한국제지 연구1팀장)

'엥,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우선 종이 제조를 위해선 활엽수 등 나무를 사각형의 목재칩으로 자른 다음 증해, 세척, 표백 등의 공정을 거쳐 펄프를 만들어야 한다. 펄프는 종이보다는 두껍고 골판지보다는 얇은 흰색 모양으로 해외에서 수입할 때는 보통 라면박스 4개 정도 크기의 상자에 담겨져 들어온다.

동남아시아나 남미에서 주로 펄프를 수입하는 한국제지도 이 펄프를 물, 약품과 혼합해 종이 제조에 필요한 재료로 1차 가공한다. 이를 슬러리라고 부른다.

그리고 슬러리는 거대한 초지기를 거치면서 표면이 투박하긴 하지만 제법 종이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도자기의 '초벌구이'와 같은 개념이다.

그런데 슬러리를 초지로 만드는 과정에서 건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수증기(스팀)가 사용된다. 물론 스팀을 만들 땐 많은 양의 벙커C유나 액화천연가스(LNG) 등이 소비된다. 이때 CO2가 대량으로 나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 공장은 배출되는 CO2가 없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제지공장 보일러 가동할 이유 없어

비밀의 열쇠는 한국제지 온산공장에서 2~3㎞가량 떨어진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다른 회사의 공장에 있었다.

"주변의 고려아연에서 60%, LS니꼬동제련에서 30%, 그리고 폐기물 처리업체인 ㈜유성에서 10% 등 스팀 100% 전량을 타 공장에서 공급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제지공장에 있는 보일러는 가동할 이유가 없어졌다. 기존 보일러 가운데 1대만을 LNG 보일러로 바꿔 비상용으로 대기해 놓고 있을 뿐이다."

고려아연 등 유연탄을 사용해 제련을 하는 공장은 버려지는 수증기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수증기가 필요한 한국제지 측도 이들로부터 저렴하게 공급받음으로써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종이 제조 원가 가운데 펄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이고 연료도 10~15% 정도다. 한국제지의 경우 이런 노력을 통해 연료비로만 연간 약 100억원을 절감하고 있다.

비밀은 또 있다. 종이 제조에 필요한 CO2조차도 스팀과 별도로 이들 공장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윤동호 팀장은 "온산공장은 2005년부터 보일러 배출가스에 포함돼 있는 이산화탄소를 재사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고순도의 경질탄산칼슘(PCC) 제조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설치,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일러를 가동할 때 나오는 CO2와 수산화칼슘(Ca(OH)₂)을 혼합하면 PCC가 생성되는데 이것이 초지기를 통과한 울퉁불퉁한 초지의 거친 면을 메워 부드럽게 만들고 종이의 무게감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온산공장 내부에는 주변 공장으로부터 공급받는 스팀과 CO2 이송파이프가 나란히 설치돼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국제지 온산공장 생산 전경.
한국제지 온산공장 생산 전경.


■카피지 'milk' 시장점유율 1위

'생산목표 1만9000(t)/금월실적 1만3177(t)/1분당 1190(m)/금월실적 1165(m).'

한국제지의 트레이드마크인 '밀크(milk)' 등 복사지(카피지)를 전용으로 생산하는 4호기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숫자들이다.

월 최대 20만t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4호기의 경우 이달 생산목표량과 해당일 현재 달성량, 그리고 초지기가 분당 생산할 수 있는 종이길이 등을 표시해 놓은 수치다.

1~4호기가 365일 돌아가고 있는 온산공장은 초기에 연간 50만t가량을 생산했지만 가동률과 속도를 높인 결과 지금은 연간 61만t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3호기의 경우 초지기와 여기서 나온 초지를 매끄럽게 코팅할 수 있는 '코터'가 결합돼 있는 '온-머신(on machine) 형태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자리를 차지한 초지1호기는 1989년 가동을 시작해 공장과 역사를 같이하고 있다.

온산공장은 현재 전체 생산량 가운데 카피지 25%, 아트지 25%, 백상지 25%, 그리고 나머지는 봉투용지, 색종이 등 특수용지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카피지 'milk'는 전체 시장점유율이 45%가량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제품이다.

수요자 편의성을 살려 따뜻한 크림색을 구현한 '밀크 베이지', 편안하고 시원한 색상의 '스카이 블루' 등도 새롭게 선보인 'milk'는 75g, 80g이 주력이다. '75g'이란 가로, 세로 1m 길이의 종이 무게가 75g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milk는 품질 극대화뿐만 아니라 복사하는 수요자들이 요구하는 '작업성'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된 제품이다. 복사하기 편하고, 복사해서 원하는 품질이 제대로 나왔을 때 소비자들이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원가 하락 등으로 수익성 개선

한편 2011년에 637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한국제지는 지난해 6366억원의 매출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매출 정체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전년도 40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71억원으로 늘어났고 당기순이익도 78억원에서 112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원재료인 펄프 가격 하락 등이 주요인이다.

또 지난해 말에는 중국 장쑤성 장자강에 위치한 국일제지 생산공장을 인수하며 현지 특수지 시장 공략 채비도 갖췄다.


2011년 기준으로 한국제지는 전체 매출 가운데 20%가량을 해외에서 거뒀다. 이 가운데 미국과 호주가 각각 35% 정도로 점유율이 높았고 태국, 일본 등에도 물량을 내보내고 있다.
이번 중국 내 생산공장 인수를 통해 산업 곳곳에서 활용도가 높은 특수지 분야에서도 본격 승부수를 건다는 복안인 것이다.

bada@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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