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움츠러들었던 초대형 인수합병(M&A)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하고 있다. 이번 주에만 560억달러(약 60조원)에 이르는 규모의 대형 M&A 3건이 발표됐고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오라클, 델,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의 M&A 행보가 확산되고 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CNN머니등 주요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콤캐스트가 167억달러에 제너럴 일렉트릭(GE)으로부터 NBC유니버설 지분을 49% 인수하기로 했고, 14일에는 토마토 케첩으로 유명한 하인즈 인수와, US항공과 아메리칸항공 간 합병이 공식 발표됐다.
US와 아메리칸항공의 합병규모는 110억달러(약 11조8500억원)로 세계 최대 항공사가 탄생하게 됐다.
최대 M&A는 14일 발표된 280억달러 규모의 버크셔 해서웨이와 3G캐피털의 하인즈 인수다.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는 이번 인수 건에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브라질계 스위스 사업가인 호르게 파울루 레만은 각각 절반씩 지분을 투자한다.올해 본격적인 M&A는 지난주 사모펀드 실버레이크가 240억달러에 PC 업체 델을 인수하기로 하고, 리버티 글로벌이 버진 미디어를 230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베어드 M&A의 크리스 하네드 전무는 "물밑에서부터 (거대한 M&A)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올해는 (M&A 활동이) 매우 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IT 업체들의 M&A는 경제위기에도 제동이 걸리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DB)업계를 이끌던 오라클은 2007년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비롯해 최근 몇 년간 80여개 회사를 인수합병하며 소프트웨어(SW), 서버·스토리지 등의 하드웨어까지 그 영토를 넓혔다.
오라클은 현재 사업전략을 인수개발(A&D)에 맞추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과의 끊임없는 M&A를 통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델 역시 최근 3~4년간 퀘스트소프트웨어 등을 인수하며 PC업체 딱지를 떼었다. 델은 퀘스트 인수를 비롯해 페롯 시스템스, 이퀄로직과 컨펠런트, 부미, 케이스, 와이즈 테크놀로지, 보스텐 등의 공격적 M&A로 SW, 스토리지, 서비스 등을 포함하는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업체로 거듭났다.
이외에도 인수합병을 거듭한 IBM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종합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했고, 지난 1993년부터 150개가 넘는 기업들을 흡수한 시스코는 네트워크 시장을 넘어 비디오, 데이터센터 솔루션 등의 새로운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음, 카카오 등 국내 IT기업들의 인수전도 활발하다.
카카오는 지난해 소셜커머스 벤처 씽크리얼스와 로티플, 스마트폰 게임사 아이씨유에 이어 최근에는 지인 기반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써니로프트를 인수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지난해 말 음성 검색 서비스 강화를 위해 '다이알로이드'를 인수한 바 있다.
시장 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 미국 내 M&A 규모는 200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유럽 채무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등으로 인해 지난해 기업들이 몸을 사리면서 M&A에 소극적이었던 것과 크게 다른 움직임이다. 유럽과 미국 재정위기가 일단 소강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M&A에 적극적이 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 역시 기업을 향해 M&A 시장 진입을 촉구하고 있다.
커크랜드 앤드 엘리스의 M&A 파트너 사키스 제베지안은 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쌓아 두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로부터 이 돈을 활용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주주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점점 더 큰 (M&A)프로젝트에 뛰어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지난주 애플에 대한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비드 아인혼의 소송은 쌓아 둔 막대한 현금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지급하라는 것이 골자이지만 기업들은 현금을 어떻게든 활용하지 않으면 주주들로부터 압력이 높아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 그랜트 손튼의 고문인 데이비드 윌드는 "올해 M&A 규모가 지난 2년 동안 합친 것보다 더 클 것"이라며 "주식 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한 활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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