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분노로 뒤엉킨 악인들의 먹이사슬 ‘분노의 윤리학’

이지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2.19 15:59

수정 2013.02.19 15:59

영화 '분노의 윤리학'
영화 '분노의 윤리학'

영화 '분노의 윤리학'은 기발한 제목 만큼이나 스토리의 전개나 인물들의 성격까지 예사롭지 않다.

어느 날 미모의 여대생이 살해된다. 그녀의 죽음을 계기로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들은 서로의 존재를 눈치채게 된다. 여대생의 옆집에 살면서 그녀를 도청하는 경찰(이제훈 분), 삼촌을 자임하는 잔인한 사채업자(조진웅 분), 끝난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토킹하는 옛 애인(김태훈 분), 아내 모르게 불륜을 저지르던 대학교수(곽도원 분) 등 평소 누구보다 평범하고 점잖은 얼굴을 한 채 살아왔던 이들은 살인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던 분노를 발견하고 죽음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기 시작한다. "남한테 피해 준 적 없어" "돈만 벌면 돼" "사랑해서 그런거야" "아내만 모르면 돼"라고 말하며 서로를 응징하려 하는 네 남자는 서서히 자신들의 본색을 드러낸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만은 순결하다고 주장하는 네 남자 앞에 또 다른 여인이 나타난다. 살인보다 불륜이 더 참을 수 없는 대학교수의 아내(문소리 분)다. 서로를 심판하겠다고 나선 이들의 분노 연쇄 고리 속에서 사건은 점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는 살인을 매개로 벌어지는 다섯 캐릭터의 충돌, 물고물리는 구성과 편집을 통해 각 캐릭터의 관점에서 사건을 다시 조망하려 한다. 극 초반부터 나쁜 놈, 잔인한 놈, 찌질한 놈, 비겁한 놈 이라는 범상치 않은 캐릭터가 서로 얽히며 폭력적 연쇄반응을 만들어 가는 것. 여기에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제일 나쁜 여자는 관객들에게 '그녀는 정말 나쁜 여자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배우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는 관객들의 몰입력을 높이는데 큰 힘을 발휘한다. 짝사랑하는 여자를 도청하는 교통경찰 정훈 역은 '건축학개론' '고지전'으로 알려진 이제훈이, 사채업자 삼촌 역은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조진웅이 맡아 열연을 펼친다.
'아저씨'의 김태훈, '황해'의 곽도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문소리도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18세 이상 관람가. 21일 개봉.

news100@fnnews.com 이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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