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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양효진 “해외진출? 며느리도 몰라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2.21 11:47

수정 2013.02.21 11:47



‘블로킹의 달인’ 양효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①편 참조) 이번에는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한 사람들과 2012 런던올림픽, 그리고 팬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해외진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 런던올림픽, 평생 못 잊을 추억

‘2012 런던올림픽’은 양효진에게 많은 추억을 안겨준 대회였다.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때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었던 여자배구대표팀은 세르비아와 브라질, 이탈리아 등 세계 강호들을 잇달아 격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비록 4강전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미국, 일본에 패해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대표팀은 동메달을 땄던 ‘1976 몬트리올 올림픽’에 버금가는 쾌거를 울렸다.

평소 경기에 임하기 전에 긴장하지 않는다는 양효진은 오히려 그 점이 조별예선 첫 경기인 미국전에서 좋지 않은 경기를 했던 원인이라고 밝혔다.
당시 한국은 미국에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미국전에서는 경기에 몰입하지 못했어요. 올림픽이면 뭔가를 더 끌어내서 경기를 했어야 했는데 그냥 평소에 하던 플레이를 반복했던 게 마이너스가 됐습니다. 미국전을 마치고 나서 스스로 반성을 많이 했어요. 내가 절실한 마음을 가지지 않고 경기에 임하면 그것이 그대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죠. 그 이후에는 조금 더 절실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어요. 지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경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후 세르비아전에서 조별예선 첫 승을 올린 대표팀은 조별예선 3차전에서 당시 세계랭킹 2위였던 브라질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했고, 8강에서 이탈리아마저 제압하며 ‘4강 신화’를 만들어냈다.

“언니들이 있었기에 4강에 진출할 수 있었어요. 올림픽에 나가기 전에는 ‘우리가 과연 강팀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언니들은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눈빛부터 달라졌어요. 언니들의 기를 받아서 경기를 하다 보니까 계속 이기게 됐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런던올림픽은 그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양효진은 런던올림픽을 행복했던 추억과 아픈 추억이 공존한 대회라고 말했다. 특히 동메달 결정전이었던 일본과의 경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고. 무엇보다 런던올림픽을 통해 자신감이라는 무기를 얻은 양효진은 아무리 강한 상대와 경기를 해도 주눅 들지 않고 경기에 임할 수 있는 강심장을 품에 안았다.



▲ FA? 해결 안 되는 고민…시즌 끝나고 생각

올 시즌 V-리그 여자부는 1989년생 뱀띠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주로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로 데뷔한 이들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1989년생 여자선수들은 유독 센터가 많다.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 당시 전체 1순위 지명은 배유나(GS칼텍스)가 받았다. 후순위로 지명된 하준임(도로공사)과 양효진, 김혜진(흥국생명) 등은 모두 소속팀에서 센터로 활약 중이다.

이 중에서도 양효진은 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FA 최대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어느 팀이든 그녀를 영입한다면 우승권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게 배구계의 평가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나에게는 언제 FA가 올까?’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어요. 올 시즌 초반에 잠깐 고민해 봤는데 사실 FA는 해결이 안 되는 고민인 것 같습니다. 시즌 중에 고민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는데 머리만 아프더라고요.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시즌이 끝나고 가족들과 상의한 뒤 결정하려 합니다”


ⓒ뉴시스

▲ 빨래사건, 시기가 절묘해 와전된 것…해외진출은 글쎄?

양효진은 절친한 선배 김연경(25,페네르바체)과의 해프닝도 공개했다. 김연경은 자신의 SNS에 한국 선수들의 해외진출을 염원하는 글을 올리며 양효진에게 ‘청소랑 빨래하러 터키로 와라’는 말을 남겼다. 이후 배구팬들 사이에서 양효진의 해외진출설이 나돌았고, 이는 FA와 맞물려 기정사실화됐다. 하지만 양효진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웃겼어요. 터키에는 시즌을 마치고 (김)사니 언니와 가려 했는데 그게 해외진출로 둔갑할 줄은 몰랐죠. (김)연경 언니도 그런 뜻으로 말하려 한 건 아닌데 시기가 교묘해서 팬 여러분이 오해 하신 것 같아요.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저를 원하는 구단이 있어야 제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조건도 맞아야 해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양효진은 김연경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양효진의 단점을 잘 알고 있는 김연경은 그녀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아낌없이 조언해주는 든든한 언니다.

“(김)연경 언니는 저에게 부족한 점을 잘 지적해주세요.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또한 언니가 터키에서 느끼고 있는 것들을 어깨너머로 듣는 것 자체가 굉장한 ‘힐링’이 되요. 개인적으로 친하지만 선수로서는 제가 지금까지 우러러보는 존재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 팬들 응원에 보답하는 성적 거둘 터

끝으로 양효진은 경기장을 찾아와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남겼다. 예전에는 팬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밝힌 그녀는 팬들의 응원을 받아도 ‘그런가보다’하고 넘겼는데 지금은 응원 한 마디가 활력소가 된다고 전했다.


“솔직히 지금 팀 성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 직접 오셔서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응원에 보답하는 성적을 거둬서 잠시 뺏겼던 우승컵을 꼭 되찾아올게요”

아직 코트에서 더 펼칠 꿈이 많은 스물 넷. 5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둔 현재 양효진은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과 챔프전 우승이라는 두 가지 꿈을 꾸고 있다.
과연 그녀는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까? 앞으로 현대건설과 양효진의 행보가 사뭇 궁금해진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syl015@starnnews.com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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