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경매법정에 와봤는데 확실히 사람이 많이 늘어났네요. 봄 이사철이어서인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요." (경매참여자 김모씨)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봄 이사철을 맞이한 경매법정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중소형 아파트와 빌라를 중심으로 응찰자가 몰리는 가운데 낙찰가율도 높아 눈길을 끌었다.
■꽉 찬 경매법정, 분위기 전환
27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법 경매법정. 경매가 시작되는 오전 10시 전부터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경매가 시작되자 법정 안 150여좌석이 꽉 찼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법정 뒤를 서성이며 자리가 나기 무섭게 자리쟁탈전을 벌였으며 출입문 밖에는 대출상담사, 경매컨설팅업체 직원 등이 발 디딜 틈 없이 포진하고 있었다.
경매법정을 찾은 중개업자 이모씨는 "지난 연말에 온 후 오랜 만에 분위기나 한 번 보려고 지인과 함께 왔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다"면서 "강남재건축시장이 살아난다니 아무래도 그 온기가 여기까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경매교육을 위해 이날 법정을 찾은 최모씨는 "경매를 배우면서 최근 몇 차례 경매법정을 다녔지만 새 정부가 출범해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이번 주에는 유독 사람이 더 늘어난 것 같다"면서 "예상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되는 물건들도 속속 등장하는 것이 그 방증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이날 경매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물건은 단연 중소형 아파트와 빌라였다. 전세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겨울 비수기가 지나고 봄 이사철이 되면서 내 집장만에 나서려는 실수요자들과 임대를 위한 투자에 나서는 사람까지 몰려들었다.
금천구 가산동의 한 소형아파트에 응찰한 박모씨는 "이 건물은 사실상 오피스텔이기 때문에 낙찰받는다면 월세로 임대할 계획"이라면서 "최근 몇 차례 이런 물건들을 보고 다녔는데 오늘 8명이나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낙찰가율도 훌쩍 ↑
이날 중소형 아파트와 빌라의 인기는 낙찰가율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강서구 화곡동 한신아이르빌 60㎡,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현대6차 85㎡, 양천구 신정동 71㎡, 금천구 시흥동 삼익아파트 60㎡ 등의 물건은 모두 80%의 낙찰가율을 넘기며 낙찰행렬을 이어갔다.
이날 소형 아파트 응찰에 나섰던 주부 강모씨는 "전세난 때문에 경매로 싸게 집을 구매할까 해서 참여해봤는데 낙찰가율이 이렇게 높게 나오니 낙찰 받기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차라리 급매로 나온 것을 구입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이날 가장 많은 응찰자가 몰린 물건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은하아파트 121㎡였다. 중소형 아파트가 아닌데도 총 11명의 응찰자가 몰려 낙찰가율 78.3%인 6억3423만원에 낙찰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평균낙찰가율이 지난해 12월 73.9%, 올 1월 74.2%, 2월 76%를 기록했고 평균응찰자 수는 지난해 12월 5명, 올 1월 5.5명, 2월 6명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낙찰가율이 1월부터 상승하면서 점점 더 오르고 있는 추세"라면서 "경매시장에서는 심리가 중요한데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매수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이사철이라는 복합적인 면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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