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혼자라고 생각하세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강연쇼 TED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28·사진)가 청중을 향해 외쳤다. "전 마음이 아팠던 시간, 교도소를 방문하며 교회를 다니며 그들 앞에서 연주했습니다. 그곳의 활동이 저를 짓눌렀던, 알 수 없는 감정들로부터 자유롭게 해줬어요. 성공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게 해줬습니다. 제 연주가 여러분을 치유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제게 했던 것처럼요."
박지혜의 강연은 연주로 이어졌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3악장으로 폭풍 같은 기교를 펼쳤고 쇼팽의 '녹턴'과 최근 발매한 앨범(유니버설 블랙데카 레이블) 수록곡인 헨델의 '사라방드'까지 들려줬다. '12분' 마법 같은 시간이 끝나자 청중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연주회서 이렇게 울어보긴 처음이에요." "바이올린이 이렇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군요." 박지혜의 무대를 지켜본 이들은 이런 글을 TED 사이트에 올렸다.
박지혜는 바이올린 신동으로 독일 마인츠 음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원을 나온 재원. 그는 독일 정부로부터 1735년산 국보급 명기 페투르스 과르네르를 무상으로 빌려 쓰고 있다. 2년 전엔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미국 뉴욕 카네기홀 시즌 개막 연주를 맡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박지혜는 한때 우울증을 앓아 혼자 침잠하는 삶을 지냈다. 그때 그를 일으켜세웠던 게 봉사와 함께한 연주였다. 돌아보면 결국 그 시간들이 그의 음악에, 연주에 오히려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무대서 내려온 박지혜는 "음악은 정말 강력한 언어라는 걸 새삼 느꼈다"며 감격했다.
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의 이니셜을 딴 TED는 과학과 예술, 강연과 공연이 어우러진 지식 콘서트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유명인들이 주로 여기서 강연을 했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남다른 경험의 일반인 34명도 무대에 섰다. 한국인으로는 박지혜 외에 활 만드는 제작자 장동우, 디자이너 이진섭 등 네 명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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