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성일만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04 12:23

수정 2013.03.04 12:23

하객들은 전부 무명 군복 차림이었다. 신랑 신부는 물론 참석자 모두 화려한 의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동상으로 부르튼 발을 감싼 헝겊신이 그들의 유일한 사치품에 속했다. 식장은 황토로 만든 집 앞 마당이었다.

신랑 신부의 앞에는 나무판자로 만든 상이 놓였다.
상 위에 물건이라곤 달랑 노란 좁쌀 한 그릇뿐. 그들은 쫓기는 신세였다. 결혼식 자체가 사치로 여겨질 엄중한 상황.

식장은 초라했지만 하객은 많았다. 모택동을 비롯해 주은래, 임표, 엽검영 등 중국 현대사를 주름잡은 쟁쟁한 이름들이다. 하지만 당시엔 장개석 군대를 피해 도망 다니던 공산당 반군에 불과했다.

신부는 면사포조차 쓰지 않았다. 신랑이 예복 차림일리 만무. 작은 키에 무명 군복을 입은 신랑의 이름은 등소평이다. 이 초라한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에 의해 세계사는 격변했다. 특히 '꼬마 신랑' 등소평의 개혁 개방 정책은 중국을 G2의 반열로 끌어 올렸다.

중국과 대만은 한 때 치열하게 싸웠다. 1949년 10월 대만의 작은 섬 진먼다오(金門島)를 침공한 중국군 1만 명이 전멸했다. 중국은 47만 발의 포탄을 진먼다오에 퍼부어 화풀이를 했다.

그런 중국과 대만 사이에 화해의 무드가 조성된 것은 2001년 양안(兩岸) 사이에 통상의 문호가 열리면서 부터다. 이후 양안은 급속히 가까워졌다. 한해 150만 명의 중국인이 진먼다오를 찾고, 중국에 2만 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진먼다오 주민이 버는 월세만 180억원에 달한다.

대만은 지난 해 중국에 프로야구 공동 리그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대만과 중국에는 각각 4개와 7개의 프로야구 팀이 있다. 중국은 즉각 "선수를 교환하고 야구 교류를 넓혀가자"고 화답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 사무 판공실에 따르면 이미 10개 이상 지역의 중국 생활 체육 단체들이 대만의 자체 단체들과 정기적 교류를 갖고 있다.

전 NBA(미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맨이 북한을 방문했다. 농구 팬으로 알려진 김정은과 나란히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어떤 선수를 좋아하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이다. 하지만 왜 하필 로드맨일까. 현역 시절 거친 행동과 반칙, 욕설로 '악동(wild child)'으로 불린 로드맨이다.

양성애자로 알려진 로드맨은 사생활 면에서도 여러 차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무래도 좋다. 개인 취향이니까. 그래도 국가 지도자의 품격으로 볼 때 공개적으로 가까이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상대다.
미국과의 소통을 위해서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마이클 조던이나 성실한 이미지의 칼 말론 같은 이를 초대했으면 어땠을까.

수원 KT의 가세로 국내 프로야구는 10구단 시대를 열었다. 당분간 11, 12 구단 소식은 접하기 어려울 것이다.
통일이 되거나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 평양과 원산에 프로야구 팀이 생기지 않을까. 하루 빨리 그날이 왔으면 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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