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조8000억원 규모를 형성한 반려동물 산업에 최근 프리미엄 바람이 불면서 2020년에는 6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과 달리 제도가 미흡한 데다 해마다 유기동물들이 늘어나고 있어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반려동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반려동물 산업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애견용 사료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산업은 10년 전부터 블루오션 산업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미흡한 제도와 고가 경쟁으로 내실 없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대다수 반려동물 용품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은 주인의 '등골브레이커'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또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반려동물이 사람들의 '등골 브레이커'가 되고 있다. 사람들의 애정이 반려동물에 집중되면서 씀씀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사료나 간식은 외국산을 넘어 고급 수제식을 먹이는 게 다반사이고, 고가의 액세서리와 보조용품은 필수품이다. 또한 늙은 반려동물의 치료비로 수백만~수천만원을 기꺼이 부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대다수 소비자들은 옷이나 장난감류, 침구류 등은 수입 제품을 선호한다.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국산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어 오히려 가격을 올리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 소핑몰이나 일반 오픈숍에서 파는 강아지 옷의 경우 국산 기준 대략 1만원 선이다. 물론 최근 프리미엄 바람이 불면서 5만~7만원대 국산 제품도 많다. 반면 해외 유명 브랜드의 강아지 옷은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국산 제품보다 10배가량 비싸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고 히트 제품이다.
사료나 간식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에서 구입가능한 일반 사료는 kg당 5000원대이지만 국산 유기농 개 사료는 ㎏당 1만9000원대에 이른다. 소고기, 오리고기, 양고기 등을 원료로 한 수제 사료는 ㎏당 1만5000~2만원대 정도에 이르며 이들 사료에 피부개선, 성장기 등 기능성 원료가 포함되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최근에는 직접 건조기를 사서 간식을 만들어주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사료뿐 아니라 기타 용품 가격도 비싼 편이다. 인터넷 사이트 등에선 개 돌침대(30만~40만원), 개 시계(20만원), 반려동물 살균건조기(200만원), 개 유전자카드(10만원) 등 고가의 반려동물 용품이 판매되고 있다.
한국애견협회 박애경 사무총장은 반려동물 산업의 프리미엄화에 대해 "애완동물에 대한 인식이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로 변화하면서 가족으로서 좀 더 나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싶은 마음을 경제 수준에 맞게 소비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신세 질까봐 고가 사료 선택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의 씀씀이를 키운 것은 제멋대로인 동물 진찰비와 약품비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물 진찰료와 약품비는 표준화 가격이 책정돼 있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이다. 결국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병원비를 부담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병원비가 비싸, 탈이 덜 날 것 같은 고가의 사료와 용품을 사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소비자들은 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유기농 사료를 찾고, 혹시 모를 피부병을 예방하기 위해 천연 오가닉 제품의 옷과 장난감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10여년째 애완견을 키우는 김모씨는 "너무 비싼 동물병원 진찰료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느니 차라리 비싸지만 안전한 걸 먹인다'라는 생각으로 유기농 사료나 수제 간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유기동물도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2011년 발생한 유기동물은 9만6000마리다. 동물등록제가 올해 1월부터 의무화됐지만 유기동물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이처럼 최근 3년간 유기동물 수가 증가하며서 동물의약품 시장도 성장세를 멈췄다. 동물 진료비 부담에 동물병원을 찾는 반려동물 수가 줄고 유기동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약품 제조사 관계자는 "동물병원들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매출이 성장하고 있지만 유기동물이 증가함에 따라 동물의약품 매출은 오히려 주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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