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법체포 후 음주측정 증거로 못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18 17:29

수정 2013.03.18 17:29

체포 사유 설명 등 절차를 밟지 않은 불법체포 후 측정된 혈중 알코올 농도는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음주운전 혐의(도로교통법)로 기소된 김모씨(55)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미란다 원칙 등) 법 절차를 무시한 강제연행은 위법한 체포"라면서 "그 이후 이뤄진 음주측정 결과는 물론 피고인의 요구로 진행된 채혈 측정 결과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위법한 체포로 수집된 것이라면 피고인의 요구로 채혈측정이 이뤄졌더라도 불법체포의 연장선에서 수집된 증거"라며 "자발적으로 응했다는 이유로 채혈 결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미란다 원칙은 피의자를 체포할 경우 피의사실의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사 선임권을 알리고 항변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으로 형사소송법 200조의 5에 규정돼 있다.


김씨는 지난 2008년 회식을 마치고 승용차를 몰다 접촉사고를 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김씨에게 지구대로 동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김씨는 이를 거부했고, 경찰은 김씨를 강제로 연행했다. 지구대로 강제연행된 김씨는 음주측정을 거부하다 '구속될 수 있다'는 경찰관의 말을 들은 뒤 음주측정에 응했고 그 결과 혈중알코올 농도 0.130%가 나왔다.
이에 김씨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채혈측정을 요구했지만 채혈측정 결과에서는 오히려 높은 수치인 0.142%가 나왔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위법한 체포에 의한 위법한 증거수집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자발적 채혈요구에 따른 증거수집은 증거능력이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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