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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백 대추는 다른 씨앗 보지 말라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28 16:45

수정 2013.03.28 16:45

폐백 대추는 다른 씨앗 보지 말라는…


예로부터 한 마을에 혼례가 있는 날은 그 마을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날이었다. 우리나라는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많은 사람을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는 잔치 문화가 있다. 신부 측에서는 혼례에 쓰일 음식 외에도 신부가 시집에 들고 가야 하는 음식까지 마련해야 했다. 시집 어른들에게 인사드리는 ‘폐백’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신부가 시집으로 들고 가는 음식들은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가 없었다.
음식마다 제각각 다른 의미로 신랑 신부의 복을 기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폐백음식과 이바지 음식은 시집온 신부나 신부 집의 솜씨와 가풍을 살펴보는 기준이 돼 더욱 정성을 기울였다.

오늘날 신부와 친정 엄마도 다르지 않다. 옛날처럼 모든 폐백음식과 이바지 음식을 손으로 직접 만드는 세상은 아니지만 무작정 가격에 맞는 세트를 구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이 지난 26일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안국역 대기실에서 열린 '전통혼례음식 전시회'에서 전통적으로 혼례에는 어떤 음식을 차리고 준비했는지 그 의미와 종류를 소개했다. 서울메트로가 여는 이번 전통혼례음식 전시회는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 폐백상에 올라가는 음식의 종류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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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고임은 폐백상에서 시아버지 앞에 놓는 음식이다. 대추는 열매가 많은 과실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폐백상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음식으로 폐백상에 오른 어떤 음식보다 높게 쌓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대추는 씨가 하나 있는 과실로 남편에게 ‘다른 씨앗을 보지 마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육포는 시어머니 앞에 놓는 음식이다. 육포는 시집온 며느리의 허물을 덮어주고 어여쁘게 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옛날에는 여자들은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기를 잘 먹지 못했는데 며느리가 특별히 고기를 대접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구절판은 술안주로 가운데 놓는 음식이다. 구절판은 담는 그릇부터 전국 팔도강산과 그 가운데 중심을 뜻한다. 호두, 은행, 잣, 밤, 대추 등 다섯 가지 씨가 하나인 겉이 단단한 견과류를 담고, 육류와 어류를 담아낸다.

수박은 장수를 의미하는 음식으로 잔칫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칠순이나 팔순 잔칫상에는 가장 크고 높게 장식해 놓지만 폐백상에는 대추 고임보다는 낮게 장식해 놓는다.

닭은 예로부터 새벽을 알리는 상서로운 동물로 폐백상뿐만 아니라 혼례를 올리는 초례상에도 올라간다. 닭 볏은 남편이 큰 벼슬을 하라는 의미이고, 부리는 용맹스러움을 의미한다. 닭이 않는 달걀은 부와 다산을 의미한다. 다만 각 지방에 따라 다양한 닭을 올리는데 전라도는 한지로 만든 한지 닭, 경상도와 강원도는 오징어로 만든 오징어 닭, 서울 경기는 대추 등으로 장식한 고명 닭을 올린다.

◇ 함 들이는 날 꼭 필요한 봉치 떡
폐백 대추는 다른 씨앗 보지 말라는…


봉치 떡은 혼례 전 함을 들이는 날 먹는 음식이다.

함은 신랑 측에서 신부에게 보내는 선물을 담은 나무 상자로 비단과 예물, 혼서지가 담겨 있다. 오늘날에도 신랑 집에서 보내는 신부의 선물로 예복과 예물, 혼서지, 화장품 등을 커다란 가방에 담아 보낸다. 함은 귀한 예물이므로 신부에게 전달되기까지 바닥에 놓지 않았는데 신부 집에서 처음 함을 들일 때에도 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봉치 떡 시루 위에 받았다.

봉치 떡은 찹쌀과 팥을 켜켜이 쌓은 시루떡으로 함을 들일 때 쓰는 떡은 찹쌀 석 되와 팥 한 되를 두 켜로 쌓아 시루에 쪄낸다. 찹쌀은 부부가 찰떡처럼 착 달라붙어 금실 좋게 살라는 의미이며 팥은 붉은색의 활기 넘치는 좋은 기운이 신랑 신부에게 전달되라는 의미다. 두 켜를 쌓는 것은 신랑 신부 두 사람을 의미한다.

특히 팥은 예로부터 액운을 막아주는 곡식으로 사용했는데 혹시라도 함에 붙어온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서 봉치 떡 시루에 붉은 보자기를 씌운 후 그 위에 함을 받았다.

함을 들이는 날 준비한 음식은 집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먹는 것이 원칙이다. 선조는 이날 음식을 남기거나 집 밖으로 음식이 나가면 신부가 받은 복이 집 밖으로 나간다고 믿었다.

◇ “내 자식 예쁘게 봐주세요” 인사하는 이바지 음식
폐백 대추는 다른 씨앗 보지 말라는…


‘이바지’라는 단어의 의미는 ‘~에게 이바지하다’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식을 결혼시키면서 ‘우리 딸, 우리 아들 예쁘게 봐주세요’하고 부탁하는 ‘사돈댁에 이바지하는 음식’이다. 과거에는 신부집에서만 갔지만 요즘에는 양가 모두 음식을 보내는 문화가 자리 잡아 결혼식 날 교환하는 편이다.

이바지 음식의 종류는 선택이 매우 자유롭다. 고기, 젓갈, 과일, 전, 적, 찜 등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을 보낸다. 종류는 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가짓수는 반드시 홀수로 한다.

지방 풍습에 따라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음식도 있다. 경상도에서는 돔 베기(상어고기)가 빠지면 안 되고, 전라도에서는 홍어가 빠지면 안 된다. 개성 지방은 홍해삼이 빠지면 안 된다. 바람떡은 이바지 음식이나 폐백 떡에서도 반드시 빼는 음식이다. 신부가 혼수품에 바람이 부는 물건은 사가지 않는 이유와 같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은 “혼례음식은 정성스럽고 기쁜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 내 자식이 사돈댁에서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바지 음식을 신부가 보내네, 신랑이 보내네, 어떤 음식이 빠졌네 등등 말이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혼례문화는 어느 것이 맞다 그르다 논할 수가 없다. 서로의 가풍이나 지방풍습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가 진심을 담아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받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wedding@fnnews.com 파이낸셜뉴스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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