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전용 라인인 17라인 건설을 다시 추진하는 이유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와 관련이 깊다.
8일 반도체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모바일 시장을 독보적인 점유율로 선도해 나가고 있으며 시스템 반도체의 하나인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의 위상은 인텔에 이어 시장점유율 4위다.
여기에다 삼성 시스템 반도체의 주고객인 애플의 주문량과 상관없이 갤럭시 시리즈 등 자체 제품군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수요를 확보할 수 있게 된 점도 삼성전자가 투자를 다시 시작하는 배경 중 하나다.
■시스템 반도체로 경쟁력 키워
과거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타 경쟁업체들보다 월등히 앞서 있었으나 비메모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유난히 힘을 못 썼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지난 1992년 이후 줄곧 점유율 1위를 이어왔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인텔이라는 거대 경쟁사에 밀려 지난 2008년까지 시장 점유율 순위 10위권 밖에 밀려나 있을 정도로 약세였다.
이런 삼성전자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모바일이다. 애플사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커졌고 이와 동시에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은 차츰 작아졌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추세를 간파해 스마트폰의 중앙처리장치(CPU)로 쓰이는 모바일AP 분야 투자에 집중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 힘써왔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모바일AP 시장에서 점유율 73%를 기록해 1위를 차지하는 등 업계의 절대 강자로 우뚝 섰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반도체시장 점유율 10% 돌파에 성공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2012년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매출액은 111억5200만달러로 76억6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던 2011년보다 46.6%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3.3%에서 4.9%로 늘었다.
■"독자 수요 확보 자신감"
삼성전자가 화성 17라인 건설을 다시 추진하는 배경에는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독자적으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그동안 최대 수요처로 군림해 온 애플 등 고객사들의 주문에 휘둘리지 않고 자체적으로도 충분히 생존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
업계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 갤럭시 노트 등으로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함에 따라 투자를 통해 공급량을 늘리더라도 충분히 자체 커버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최근 몇 년간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하면서 지금까지 이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인텔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이라며 "스마트폰 시장이 지금과 같은 수준의 규모를 유지하는 한 시스템 반도체 수요 역시 꾸준히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미국 오스틴 공장에 39억달러를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라인을 확충하기로 하는 등 행보가 분주하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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