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에 지쳐 경영권을 내놓겠다고 밝힌 데 대해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서 회장이 밝힌 대로 지난 2011년 4월부터 공매도 금지기간을 제외한 432거래일 가운데 412일(95.4%) 동안 공매도가 지속됐다면 그 이유도 분명히 있다는 설명이다.
■"지분 매각..공매도 탓?"
다만 이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셀트리온에 대한 언급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서 회장의 연내 지분 매각 발표가 어떻게 진행될 지 여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이유였지만, "서 회장이 공매도에 지쳐 지분을 매각한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공식적인 답변을 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공매도 세력은 기본적으로 거리낄 것이 없는 회사는 건드리지 않는다"며 "서 회장은 그것을 '시기와 질투'라는 감정적인 단어로 표현했지만 공매도 세력이 정보가 숨겨진 기업을 공략한다는 사실은 주식시장에선 상식적인 수준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한국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하게 되고, 이에 따라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정보고 공유되게 되는 것"이라며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공매도를 인정하고 실제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본 사업과 공매도와의 관계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자금조달"이라며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했고 공매도로 인해 회사 주식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해서 당장 본 사업에 큰 타격이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공매도를 이유로 지분을 매각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풀리지 않은 의혹
실제 셀트리온은 그간 갖가지 의혹에 휘말렸다. 지난 2011년 '실적 의혹'이 대표적인 사례다. 셀트리온은 특허가 끝난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을 의미하는 바이오 시밀러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이다. 개발한 바이오 시밀러는 관계사인 셀트리온 헬스케어를 통해 판매한다.
실적 의혹은 셀트리온 매출액과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매출액에 격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이 2010년 셀트리온 헬스케어를 통해 올린 매출액이 180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지만 실제 들어온 현금은 531억원에 불과했고,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매출은 972억원에 그쳤다.
당시 회사 측은 "해외 판매사에 판매한 제품의 일부는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불가능하게 될 경우 일부를 환불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이 부분이 '선급금'으로 잡히게 됐다"고 해명했다.
계열사 셀트리온지에스씨가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 법인과 주식담보대출을 체결한 것도 의혹으로 제기됐다.
셀트리온지에스씨는 서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85.30%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 일반법인 두 곳과 주식담보대출을 체결하면서 셀트리온 지분 2.53%를 담보로 제공했다.
당시 회사 측은 "일반법인 두 곳은 서 회장님과의 개인적 친분이 있는 곳"이라며 "공매도 세력에 맞서기 위해 자사주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셀트리온지에스씨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셀트리온지에스씨에 대출을 해 준 일반법인의 자본금이 수십억원 대에 그쳐 이 500억원을 웃도는 담보 지분 만큼의 자금을 유통할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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