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가동 중단으로)시중 자금을 활용하려고 했더니 담보가 있어야 하고 이자도 높더라. 개성공단 막으면 기업은 돈줄이 막히고 결국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일부 기업인들은 운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 등 자산을 팔기도 했다. 경협자금을 일단 풀어 기업들이 갚아야 할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고 시중자금도 저리의 경협자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국가에서 대주는 경협자금을 기업인들이 떼먹겠느냐."(아이에스레포츠 이은행 대표)
26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연구개발(R&D)센터 11층 회의실. 중앙대 민족통일연구소와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가 주관한 '개성공단 정상화와 조업중단에 따른 지원대책' 토론회 자리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정부에 밝힌 지원 요구책들이다.
토론을 막 시작한 이날 낮 12시는 우리 정부가 전일 북한에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자 회의를 제의하면서 답변 시한으로 정해놓은 마지노선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 모인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운명이 남북 양측 정부가 말하는 '중대조치'에 따라 결정될 수도 있는 탓에 세 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는 시종일관 상당히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기업인들 사이에선 현재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책임을 우리 측 정부에 돌리는 움직임도 거셌다.
에스엔지 정기섭 대표는 "북한은 (개성공단을 열면서)실제 기대했던 효과의 20분의 1밖에 거둘 수 없었던 것에 대해 늘 입주기업에 아쉬움을 전했다. 우리의 경제력에 비해 4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북한과 말싸움, 기싸움을 할 이유가 없다. 개성공단에 대해 우리 측 정부가 과연 올바르게 대처한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이런 사태에 대한 책임의 절반가량은 남쪽 정부에 있다.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이 이처럼 된 것에 대해 정부에 응분의 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멈췄던 개성공단 내 기계가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의욕이 저하되고 신뢰가 떨어진 탓에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녹색섬유 박용만 대표는 "지금까지 개성공단의 리스크는 모두 입주기업들이 감당했다"며 "두 개의 나라와 두 개의 관리본부가 있는 개성공단이 끊임없이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하다보니 기업 입장에선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