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 사회는 박사학위 등 뛰어난 학벌 없이는 발을 들여 놓기 어려운 곳이다. 경기도 양주 서정대학(총장 김홍용) 자동차학과 김웅환 교수(61·사진)는 한국방송통신대학 학사학위뿐이지만 최고의 기능인에게 주어지는 국가 공인 '대한민국 명장' 칭호만으로 지난 달 교수가 됐다.
'대한민국 명장'은 고용노동부가 숙련기술장려법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기능인을 선정해 부여한다. 김 교수는 국내 10명밖에 없는 자동차정비 부문 명장으로, 환갑을 넘긴 요즘에도 차세대 명장 양성에 혼신의 힘을 쏟는 중이다.
김 교수는 28일 "우리나라는 산업 현장을 떠받쳐야 할 기술 인력이 상당히 약하다"며 "다른 명장이나 장인들도 학벌을 따지지 말고 대학에서 현장 맞춤형 기술 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엔진 소리만 들어봐도 엔진 상태를 금세 판별한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자동차 구석구석의 구조가 머릿속에 거의 모두 들어 있으며 비정상 부품은 그의 귀와 눈을 피해 나가기 어렵다. 이런 능력은 기본이다.
김 교수를 독보적인 명장의 반열에 올려놓게 된 계기는 세계에서 최장 순위 5위인 인천대교(21.3㎞)와 민자 1호 고속도로인 신공항하이웨이를 유지.보수하기 위한 다양한 특수차 준비와 정비 기술 전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일반 차량의 정비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행정 능력과 함께 특수 차량의 내부와 특성을 속속들이 알고 정비할 줄 모르면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
그는 발명에도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다. 기존 제품에 비해 성능이 뛰어난 차량 도난방지장치, 작업안전 안내 로봇, 청소작업차의 흡진 장치, 눈 위 염화칼슘 살포기, 차선 제거기 등을 개발했다.
염화칼슘 살포기와 차선제거기는 지금도 사용하는 '히트 발명'이다. 도로 작업 현장에서 손에 빨간 막대형 램프를 들고 흔들며 운전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인형 로봇도 그의 발명을 응용한 것이다.
김 교수가 자동차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970년 유한공업고등학교 자동차과에 입학하면서부터다. 그는 자동차과를 수석졸업했으며 이어 군에서도 자동차 정비를 맡았다. 첫 직장도 2000여대의 자동차를 정비,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 중부지역본부에 배속됐다. 그렇게 시작된 '자동차 정비 인생'이 40여년에 이른다.
김 교수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자동차 정비 노하우를 대학에서 전수하는 데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나와 같은 수많은 자동차정비 명장을 길러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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