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즐겨 읽는 정몽규 회장은 때때로 임직원들에게 책을 전달한다. 최근에도 프랭크 파트노이의 ‘속도의 배신’과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본사 및 계열사 임원들에게 나눠주는 등 정몽규 회장은 직접 말로 생각을 전하기보다는 경영철학 및 인문학과 관련 있는 책들을 선물하며 회사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나누고 함께 고민한다. 이러한 책선물 문화는 회사에 정착되어 현대산업개발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독서경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박창민 사장 또한 생일을 맞은 직원에게 책을 선물하고 있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은 외부에 책을 추천하는 기고 등은 일절하지 않는다. 이는 책을 선물하면서도 부연설명을 하지않는 정몽규 회장의 평소 모습과 같은 맥락이다. 책을 통해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각자의 상황에서 책이 주는 메시지를 고민해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자는 것이 정몽규 회장의 지론인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대한축구협회장 활동에서도 나타난다. 연설문 등 대내외 메시지 전달을 전담하는 홍보국에는 취임 직후 지난 1년간 본책 중 100여권의 리스트를 전해주며 참고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대한축구협회에 1월말 첫 출근해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직원들에게 찰스 두히그가 쓴 '습관의 힘'을 한 권씩 선물한 것이었으며, 평가전을 위해 영국으로 대표팀이 떠날 때에는 인천공항으로 배웅을 나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태극전사들에게 나눠줘 화제가 됐었다.
정몽규 회장은 사내 임직원들이 업무영역을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소모임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HDC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현대산업개발의 소모임 조직은 아이디어 발굴과 더불어 타본부, 타팀 사람들이 함께 회사와 사업에 대해 고민함으로써 새로운 소통의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업문화, 신규사업, 상품디자인, 브랜드 마케팅 등 4가지 주제에 대해 8명씩 총 4개의 소모임이 운영되며, 각자의업무영역의 범위를 넘어 다양하게 검토된 아이디어들은 사내 게시를 통해 전사적으로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평소 자신의 업무영역과 건설사란 틀에 갇히지 말 것과 통섭형 인재가 될 것을 강조해온 정몽규 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정몽규 회장은 HDC Challenge에 참여 중인 임직원들에게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 등을 추천하기도 했다.
특히, ‘이성적 낙관주의자’는 한직원이 크래시코스를 읽으며 우리도 자원과 에너지 고갈에 대비해야 된다란 생각이 들었다고 오찬 자리에서 말하자, 정몽규 회장이 부정적 담론이 유행하지만 긍정적 담론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며 즉석에서 추천한 책이다. 그밖에도 종종 소모임과 티타임 또는 식사 자리를 마련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소모임에 참여한 임직원들을 독려한 정몽규 회장은 올해에도 HDC Challenge TFT 2기를 발족시키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책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인문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정몽규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의 사내 인문학 강의인 ‘지식경영특강’도 직접 챙기고 있다. 2011년 서울대와 함께 ‘서울대 인문학 강의’를 사내에서 운영한 바 있는 현대산업개발은 인문학을 통해 임직원들의 통섭 및 창조적 사고를 늘려가기 위해 지난해부터는 매달 1회 지식경영특강을 개최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식경영특강에 언제나 참석할 뿐만 아니라, 연사 선정에 있어서도 독서나 외부강연을 통해 깊은 감명을 받았던 지식인을 추천하고 있다.
그밖에도 현대산업개발은 다양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어, 스페인어 등 원어민 강사의 사내 외국어 교육과 더불어 자체적으로 핵심기술 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아이마스터’ 제도를 운영 중이다. ‘아이마스터’는 직무능력 향상 프로그램인 동시에 사내 인증제도로 지난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건설기술 관련 4개 그룹 16개 분야에 걸쳐 아이마스터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성과의 사내전파를 위한 기술특성화교육도 병행해 실시하고 있다.
부장급이 주축인 아이마스터 이외에도 사원~과장을 대상으로 ‘아이챌린저‘를 함께 시행하는 등 축적한 기술과 경험이 보다 원활하게 공유되도록 하고 있으며, 아이마스터 이외에도 임직원들과 외부 전문가가 만나 중요기술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사례를 발표하는 토론의 장(場)인 ‘건축기술포럼’ 등 기술경쟁력 확보와 임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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