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제약업계는 R&D 독려를 위해서는 지원과 함께 신약에 대한 적절한 약가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약개발은 고비용·고리스크가 따르는 만큼 적절한 약가보상을 해 줘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산 신약의 경우 적정 수준의 약가가 보장되지 않으면 국내 도입이 늦어져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에 대한 가치가 저평가되면 외국산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국내제약사의 신약개발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政, 임상적 우월성 확인된 약만 가치 인정
건강보험공단의 국내개발신약 개발원가 산출기준에 따르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신약의 개발원가는 제조원가·일반관리비·이윤·부가가치세에 유통거래폭을 더해 산출된다.
이중 제조원가는 재료비와 노무비, 경비를 기준으로 한다. 일반관리비는 제조원가(재료비·노무비·경비의 합산)의 20%까지, 이윤은 제조원가와 일반관리비를 합산한 금액의 14%까지 산출하도록 했다.
또 신약 개발에 소요된 경비 중 연구개발비는 기 발생한 비용을 5년간 예상판매량에 기초해 배분 계상한다. 다만 기 발생하지 않은 비용이더라도 법적 의무사항으로 반드시 실시해야하는 추가임상시험 등의 비용은 계상할 수 있다.
토종 신약은 기본적으로 이 기준에 따라 약가가 책정되는데 임상과정에서 기존 약제보다 우월성이 확인되면 약물경제성평가에 따라 기존 약제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토종 신약은 기존 약제보다 우월성이 확인이 안돼 기존 약제보다 낮은 가격에서 약가가 결정됐다.
외국산 신약의 경우 우리나라와 경제성과 약가제도가 비슷한 대만, 싱가포르의 약가를 참조하는데 국내에서의 약가는 대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가격보다 낮다. 또한 보험 등재된 비교국가가 3개국 이하인 신약의 경우 협상 참고가격의 80% 이하로 금액이 산정된다.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보험급여가 결정된 신약의 약가는 주요 선진국 평균 약 48% 수준이며, 자율가격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25%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보험급여실 박종형 차장은 "제약사 입장에서는 신약에 대한 혁신적 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하지만 가치평가의 기준이 모호한 면이 있다"면서 "임상적으로 우월성이 확인된 약제에 대해서는 가치를 인정하는데 국내 출시된 토종신약 중 협상에 의해 등재된 신약은 기존 약제보다 우월성이 입증이 안돼 기존 약 중 최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약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상지대학교 의료경영학과 배은영 교수는 "치료효과가 임상으로 확인된 신약에 대해서는 그 가치를 약가로 보상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제약사가 주장하는 잠재적 혁신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한정된 건강보험재정 안에서 이에 대해 약가를 인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 신약 R&D위해서는 약가보상 반드시 필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제약업계는 산업적 측면에서 신약에 대해 적정 약가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상시험으로 확인된 치료효과 외에 부작용 감소, 환자 복용편의성 제고 등에서도 적절한 약가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약가제도 하에서는 새로운 약리기전을 가진 신약이나 환자 복용편의성을 높인 개량신약은 약물경제성평가에서 가치 입증이 안돼 약가 보상이 안됐다.
또한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고비용·고리스크가 따르는 만큼 제약사 연구개발(R&D) 독려를 위해서도 신약에 대한 적절한 약가인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임상으로 확인된 치료효과 외에 의약품의 혁신성에 대해 약가를 보상하고 있다. 일본은 △임상적으로 유용한 새로운 작용기전 △제형이 개선된 신약 △적응증과 투약량이 명백히 소아용인 신약 등에 대해서는 의약품의 혁신성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의 경우에도 치료효과의 개선 없이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진 신약은 약리학적 측면에서 혁신의약품으로 보고 적절한 약가를 보상하고 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김성호 전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매년 20여개의 신약이 개발되지만 최근 10년간 혁신신약으로 인정할 만한 신약은 10여개 불과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일본 등 일부 국가는 제약사 R&D 독려차원에서 신약에 대해서 약가를 보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도 주기적으로 약가인하를 하고 있지만 제약사 불만이 적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상무는 "토종 신약에 대한 적절한 가치 인정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합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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