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에 듣는다] 가장 경제적 투자는 아동 지원/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 교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28 16:25

수정 2013.05.28 16:25

[세계 석학에 듣는다] 가장 경제적 투자는 아동 지원/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 교수

어린이는 모든 국가의 필수 불가결한 자원이다. 도덕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어린이에 대한 의료, 교육, 기술 투자는 그 나라에 가장 높은 경제적 과실을 가져다 준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보고서는 어떤 선진국이 이 같은 투자가 필요할 때 적절히 하는지, 또는 그렇지 못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 캐나다, 유럽 29개국에 대한 '부국의 아동 웰빙' 보고서에서는 서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들이 수위를 달리고 있다.
네덜란드가 1위를 기록했고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핀란드, 스웨덴, 독일이 뒤를 이었다. 놀라운 점은 세계 최대 경제규모의 부국인 미국이 26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루마니아만이 미국보다 못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중간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아동 웰빙을 (가계소득 수준과 관련된) 물질적인 여건, 건강과 안전, 교육, (과도한 음주 같은) 위험한 행동, 심리적 환경 측면에서 평가했다. 비록 보고서는 고소득 국가에 제한됐지만 다른 나라 또는 지역들이 각자 아동 웰빙에 대한 분석 지표로 삼을 만하다. 북유럽과 미국 간 격차는 가장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북유럽국들은 대개 가정에 현금을 지원해 모든 아이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하고, 야심찬 사회 프로그램을 통해 고품질의 탁아, 유치원, 초·중등 교육을 제공한다. 게다가 모든 아동들은 효과적인 건강관리를 받는다.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와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미국은 크게 다르다. 각 가정에 대한 현금 지원은 거의 없다. 정부 프로그램은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하지만 정치인들은 실상 빈곤층의 웰빙에는 관심이 없다. 저소득층 유권자들은 투표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값비싼 선거운동에 자금을 대지도 않기 때문이다. 각종 증거를 통해 미 정치인들이 부유한 지역 유권자들의 말만 듣는 경향이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사회민주주의 국가들과 미국의 차이점은 각 부문별로 극명히 드러난다. 사민주의 국가들에서는 상대적인 빈곤층(가계 소득이 전체 가계 중앙값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10%도 안 된다. 반면 미국에서는 20%가 넘는다. 미국 아이들은 다른 선진국의 경우보다 사회적인 폭력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된다. 놀랍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아동의 폭력 노출은 이들의 신체, 정서, 인지 개발을 크게 위협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살인범죄율은 북유럽의 약 5배에 이른다.

너무도 많은 아이들을 가난과 열악한 보건, 학교, 주택에서 자라도록 함으로써 미국이 치르는 대가는 엄청나다. 이 아이들이 나중에 교도소로 가는 비율은, 특히 비 백인 저소득층의 경우 놀라울 정도로 높다. 미국의 광대한 교도소 시스템 함정을 다행히 모면한다 해도 실업자가 된다. 또 좋은 직장을 잡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없어 일자리를 잡을 수조차 없다.

미국인들은 부분적으로 오랜 인종차별주의와 '견고한 개인주의'에 대한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 이런 비참한 실수들에 대해 눈감고 있다. 일부 백인 가정은 교육에 대한 공공지원을 반대한다. 자신들이 낸 세금이 가난한 비 백인 학생들을 불균형하게 지원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그러나 모든 이들에게 손해로 나타난다. 학교는 성과가 낮고, 가난은 여전히 광범위하며, 이에 따른 높은 실업률과 범죄율은 미 사회에 막대한 금전적·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도록 만든다.


유니세프의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는 강력하다. 높은 국민소득만으로는 아이들의 웰빙을 보장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겠다는, 그리고 공공기금을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는 굳은 사회적 의지가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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