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스타'의 조연출 모집 공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갑의 횡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방송계에서는 이러한 갑을 관계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해당 글이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언론인 지망생 카페 '아랑'에는 'MBC 라디오스타 조연출 모집'이란 제목과 함께 MBC 라디오스타에서 끈기있는 프리랜서 조연출을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경력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습득능력이 뛰어나 일주일 안에 파이널컷 프로를 마스터할 수 있으면 괜찮다"면서 "일주일에 3~4일은 밤을 새는 업무에 매일매일 고된 노동이 이어지므로 체력이 좋고 각종 욕설과 면박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 성격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작성자는 "합격하게 되면 라디오스타 전반적인 종편 및 촬영 스케쥴 관리와 예고제작, 편집, 자막 작성 등의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며 "급여 등은 합격자에게 개별통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여와는 달리 면접일과 면접장소는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공고가 나간 뒤 '아랑' 내에서는 공고를 둘러싼 반응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아무리 방송 현실이 각박할지라도 급여나 처우에 대한 언급도 없는 이런 형태의 공채는 방송 제작사인 갑의 횡포라는 비판이 주류를 이뤘으나, 직설적이지만 방송계의 현실을 솔직하게 쓴 글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논란이 일자 글 작성자는 "모집공고를 내릴까 하다가 이 잠깐 사이에도 이력서 보내주는 많은 분들 때문에 그냥 두겠다"면서 "일주일도 못 버티고 힘들다고 도망가는 지원자들 때문에 시간낭비할 바에야.. "라고 덧붙였다.
일자리가 부족한 현재의 경제구조에서 청년층의 열정이 착취당하는 문제를 지적한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의 공저자 한윤형씨는 "비인격적인 대우를 전제로 하는 공고를 당당히 공개적으로 쓰는 것은 지금의 회사가 개인의 노동력 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관리하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실제로 방송 제작 현실이 그만큼 고되겠지만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공고를) 올리는 것은 제작 환경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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