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고령·치매 노모에 고문 급여 수억원 지급... 횡령죄 안돼”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치매에 걸린 노모를 회사 고문에 앉혀 수억원의 급여를 지급한 것이 윤리적으로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반드시 회삿돈 횡령으로 볼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충처벌법 위반(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청호나이스 정휘동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의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고령의 친족 등을 고문으로 참여시켜 보수를 지급하는 행위가 윤리적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업무상 횡령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고문위촉 및 급여지급 행위가 업무상 횡령이 되기 위햐서는 필요성이나 정당성이 명백히 결여되고 급여도 합리적 수준을 벗어나야 한다"면서 피고인의 모친 이모씨가 처음 고문에 취임할 때에는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가능했고, 실제 여러 경영상 조언을 한 것이 인정되는 만큼 치매에 걸린 뒤 고문계약 유지가 잘못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해 8월 치매로 거동이 어려운 모친 이씨를 청호나이스 고문에 위촉해 수억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정 회장은 모 대부업체를 차명으로 설립해 실질적으로 경영하면서 124억원을 대출하는 등 대부업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치매에 걸려 고문 역할을 하기 어려운 노모에게 5억8000만원의 급여를 준 것을 유죄라고 판단하면서도 고문료가 반환된 점 등을 들어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2심) 재판부는 치매에 걸린 노모에게 지급된 급여가 "급여를 위장한 개인적인 유용"인데도 "변명에만 급급하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e-mail]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