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10년 각방 쓰고 있다. 돌이킬 수 있을 때 얼른 해결하라.”
“나는 전문의에게 상담 받아 보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우리 부부 섹스리스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기는데 배우자는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얘긴 줄 알았다.”
한창 깨소금 쏟아질 신혼 때 섹스리스가 웬 말이냐고 생각하겠지만,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 끊이지 않고 올라오는 하소연들을 보면 신혼기 섹스리스 고민은 일부만의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신혼시절 섹스리스에 대한 고민 글이 올라오면 공감을 표하거나 충고를 전하는 댓글이 금세 이어진다.
인터넷 커뮤니티 글을 자세히 보면 장기 연애 후 결혼해 서로 신혼 같지 않은 신혼을 보내고 있다거나 직장일이 바빠 부부 모두 집에서는 골아떨어지기 바쁘다는 등 특별히 사이가 나빠서 섹스리스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처음에 매우 작은 것 같았던 틈이 어느 덧 커져버렸다는 게 섹스리스 경험자들의 공통의 하소연이다. 섹스리스는 외도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초기에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 신혼 섹스리스, 그들의 사정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신혼기 섹스리스를 야기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맞벌이다.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해 둘만의 시간을 보낼 기회 자체가 부족한 것이 섹스리스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 직장 여성의 경우 회사일과 집안일을 동시에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지치기 마련이다. 일과 가정에 에너지를 쏟다보면 섹스마저 피곤한 일 중 하나가 돼 가는 것이다. 야근, 잦은 술자리 등이 많은 직장 남성도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다보니 성욕은 더욱 둔화된다.
잠자리 습관도 섹스리스를 부르는 원인이 된다. 요즘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커플이 많은데, 오랜 시간 동안 고착된 상대방의 잠자리 습관에 서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서로 적응하지 못한 채 ‘한 침대에서 둘이 자는 게 불편해서’, ‘TV 소리가 없으면 잠들기 어려워서’를 이유로 따로 잠들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섹스리스로 이어지는 것이다. ‘코골고 이가는 소리가 싫어서’, ‘땀 냄새가 싫어서’, ‘잠드는 시간이 서로 안 맞아서’ 등 아주 사소한 이유 때문에 각방을 선택했다는 이들도 있다.
룸살롱, 안마시술소, 단란주점, 노래방 등 남성들이 쉽게 성을 살 수 있는 환경도 문제의 원인이다. 포르노를 보면서 혼자 성욕을 해결하는 것에 중독됐거나 직업여성과의 관계가 익숙해지는 등 자극적인 성에 노출돼 온 이들이 정작 아내에게는 흥미를 갖지 못하거나 만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육아에 과도하게 신경 쓰는 아내에게 소외를 당해서’, ‘발기부전 등으로 인한 자신감 상실로 시도를 꺼리다가’, ‘고부갈등 때문에 남편까지 미워져서’, ‘술?담배 냄새 때문에 스킨십이 혐오스러워져서’ 등도 섹스리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주로 말하는 문제의 원인이다.
◇ 마음이 아직 가까운 때 원인 찾고 해결해야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소장은 “섹스리스는 어느 날 어떤 하나의 일이 원인이 되는 게 아니다. 진행형으로 발전되는 것이 특징으로 종국에는 서로 단순한 피부접촉도 어색해하는 사이를 만든다. 욕구불만이 이어지면 서서히 마음도 벌어지고 관계가 틀어진다. 후에 자녀에게 ‘사랑 없는 형식적인 부부 모습’을 학습시켜 세대 전수되기에 이른다”고 섹스리스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섹스리스 때문에 상담하러 오는 이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문제라고 생각했을 때 바로 해결했어야 했다’는 말을 한다. 오랫동안 섹스리스를 겪은 부부들은 몸이 멀어져 마음도 멀어진 경우가 아주 많다. 마음이 열려야 몸이 열리고, 몸이 닫히면 마음도 닫힌다. 만약 신혼인데 우리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다,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마음이 아직 가까운 때 하루빨리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두 사람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차단하거나 없애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 적당한 에너지를 서로에게 전환해야 하고,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 두 사람이 마음을 가까이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그동안 서로 잃은 게 무엇인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가 원하는 것을 교환, 부탁해야 한다. 사과할 부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또 용서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 책임을 배우자에게 전가해선 안 돼
프랑스의 박물학자이자 진화론자인 라마르크가 제창한 ‘용불용설(用不用說)’이라는 것이 있다.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퇴화한다는 것인데, 이 용불용설이 부부관계에도 적용된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부부 관계 자체에 부담을 갖고 실행하는 것을 망설이다가 점차 흥미와 기량을 잃고, 배우자와의 스킨십이 어색해지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남편은 발기부전 등 남성 기능에 문제를 겪고 있다면 버티지 말고 꼭 클리닉을 다니길 바란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컨디션만 맞춰줬으면 하는 고집은 버려야 한다. 배우자가 요구하는 데 맞춰주지 못하는 것은 잔인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행복은 누가 주는 게 아니고 스스로 만들어 누려야 하는 것이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것도 불행한 것이고 알아도 실천하지 않는 것도 불행을 이어가는 행동이다. 책임을 배우자에게 전가하거나 ‘성적 매력이 없다’, ‘사랑받고 있지 않다’고 오해하며 우울해하지 말고, 서로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몸도 마음도 행복한 신혼을 누리기 바란다”고 전했다.
/wedding@fnnews.com 파이낸셜뉴스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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