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은 설득보다 강하다.' SH공사 임대관리본부 주택관리팀에서 주거복지상담을 총괄하고 있는 정명원 과장(50·사진)의 말이다.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갔을 때 상대방도 마음을 열고 변하더라"는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얘기다.
SH공사는 지난 2010년 6월부터 홀몸노인, 정신질환·알코올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영구임대아파트 17개 단지에서 맞춤형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거이동 상담과 상위주택 이동 지원 이외에 입주민 기능교육, 일자리와 연계한 자립·자활 지원 등의 업무도 수행한다.
3년 전만 해도 주거복지상담사가 5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정 과장까지 포함해 모두 15명이 일하고 있다. 그래도 서울 시내 2만가구가 넘는 영구임대주택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강서구 가양5단지의 경우 1명의 주거복지상담사가 무려 2400여가구를 책임지고 있다.
정 과장은 "1명당 맡은 가구수가 많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이 많다고 해서 모든 것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수혜 대상자들과의 접점을 찾는 것, 그들과 얼마나 교감을 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거복지상담사의 첫 번째 임무는 영구임대 입주민들이 공공임대, 국민임대 등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정 과장은 "입주민들이 대부분 홀몸노인이나 장애인들이어서 한번 들어오면 계속 산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정보가 부족해 더 좋은 임대주택으로 옮겨간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입주민들이 필요한 복지수요를 파악해 공공·민간 복지서비스와 연결해주는 것도 주거복지상담사의 몫이다. 몰라서 못 받는 서비스가 꽤 많이 있기 때문이다. 정 과장은 "처음에는 다른 복지기관들도 주거복지상담사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마뜩잖아 하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며 "이제는 제법 알려져서 다른 기관들이 먼저 의료봉사, 취업상담 등을 자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자랑했다. 이와 관련, SH공사는 최근 '주거복지 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그동안 받았던 수혜이력과 함께 필요한 혜택이 무엇인지도 단박에 알 수 있다. 지난달까지 전수조사를 통해 영구임대주택 입주민들의 복지수요를 파악해 앞으로 개인별 맞춤형 주거복지서비스를 더욱 충실히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정 과장은 "나라에서 나오는 돈으로 살려고 할 뿐, 일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린 분들도 상당수 있다"면서 "이들을 위해 희망돌보미 운영, 사회적기업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지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공임대에도 분명히 취약계층, 틈새계층이 있지만 상위주택이라는 이유로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형평성 차원에서 공공임대에도 주거복지상담사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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