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 않은 자연현상이 나타날때 '서기(瑞氣:상서로운 기운)'로 여기는 일이 많다. 특히 날씨가 그렇다. 옛 시절에는 자연현상으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하고 앞날을 예견하는 운명의 '복선'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이번 중국 국빈방문 중 박근혜 대통령과 날씨의 상관관계가 회자됐다. 방중 첫날인 6월 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단독·확대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치고 이틀째인 28일에는 전날 국빈만찬에 이어 특별 오찬까지 하는 최고 예우를 받았다. 이날 저녁 베이징에는 드물게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낮에는 찜통더위와 높은 습도로 가만히 있어도 등에 땀이 흐를 정도이고, 불쾌지수마저 꽤 높았던 데다 각종 매연과 안개가 뒤섞인 스모그로 목이 따가울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이날 비는 베이징 하늘에 켜켜이 쌓인 오염을 말끔히 씻어내릴 만큼 시원함과 상쾌함을 선사했다. 연평균 강수량이 500㎜ 정도에 불과한 '마른 하늘'의 베이징에서 모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라는 게 현지인들의 반응이다.
비슷한 일은 지난 2008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특사로 베이징을 방문했던 때도 있었다.
탕자쉬안 국무위원이 특사자격의 박 대통령을 만나도 외교상 큰 결례는 아니었지만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직접 면담에 응할 만큼 국빈급 예우를 했다.
후 전 주석은 면담장인 베이징 인민대회당 입구에 미리 나와 박 대통령을 기다렸는데 그날 드물게도 폭설이 내렸다.
후 전 주석은 "방중 특사단으로 온 박 대통령이 '상서로운' 눈을 가져다줘 올해 수확이 풍요로울 것 같고 양국 정부 관계도 좋은 수확이 있을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면담은 예정된 30분을 10분이나 훌쩍 넘겼다.
박 대통령은 방중 셋째 날인 6월 29일 제2의 방문지로 택한 중국의 '천년 고도' 시안으로 이동했다. 시안은 급속한 도시 개발 등으로 베이징보다 날씨가 안 좋기로 유명한 지역인데도 이날 오랜만에 '청명한' 하늘이 열렸다. 시안에서는 파란 하늘을 보기 드물다고 한다.
우연한 자연현상을 너무 과대포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고 국빈대접을 받으며 시 주석과의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나 다양한 경제적 성과들을 이뤄낸 이번 방중 성과와 맞물려 날씨까지 '상서로운 기운으로 도와주고 있다'는 '소박한' 포장이 과대포장만은 아닐 듯싶다.
중국에서 박 대통령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시 주석은 특별 오찬에서 "중국에 박근혜 대통령의 열렬한 팬이 많으며 TV에서 연일 박 대통령의 소식을 전하고 있어 특히 여성과 젊은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중국의 정계 및 언론계에선 박 대통령이 한때 '한국의 경제성장 가능성은 오물더미에서 장미꽃 피우기'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새마을운동을 통해 짧은 시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며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데 존경심을 표한다. 또 '국가와 결혼을 했다'는 박 대통령의 국가관과 중국보다 심한 '남존여비' 문화에도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이라는 데 인간적인 매력이 끌린다고 한다.
방중 기간 박 대통령의 동선에서 보인 날씨는 한·중 간 업그레이드된 동반자 관계만큼이나 '상서로운' 후원자였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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