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3법과 연계돼 있는 이른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FIU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면서 나머지 법안들에 대한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 또 민주당이 6월 임시국회 내 처리키로 했던 상설특검제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 등 검찰개혁법안이 사실상 이번 회기 내 무산된 것을 놓고 법사의 논의 과정에 야당측 의원들의 집단 반발로 다른 상임위 법안 처리 시간이 지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검찰개혁법안의 무산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입수 의혹 관련 발언이 담긴 녹취파일을 입수한 경위를 놓고 여야 간 거친 공방이 오가면서 경제민주화 3법 등 중점 법안 처리가 후순위로 밀렸다.
특히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프랜차이즈법 처리와 함께 6월 임시국회로 미뤄진 FIU법 심사를 위해 여야, 각 부처 간 이견 조정 작업을 벌이면서 경제민주화법 3법은 오후 늦도록 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FIU법 중 논란이 된 부분은 금융정보분석원의 정보공개 사실을 본인에게 통보하는 대상에서 의심거래보고제도(STR)을 제외하고 2000만원 이상의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TR)만 포함시킨 것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FIU법안에는 STR과 CTR의 구분 없이 모든 정보가 통보 대상에 들어갔으나 범죄 혐의 의심거래 정보를 당사자에게 통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문제제기가 반영돼 정무위 법안소위 논의과정에서 빠졌다.
이와 관련,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은 "법무부와 법원행정처가 공동으로 제출한 의견을 보면 미국도 탈세 관련성을 입증할 때 법원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면서 "우리나라도 계좌추적 시 금융실명제법에 의해서 본인에게 6개월 이내에 통보하도록 하는데 이법(FIU법)만 예외적으로 STR 경우엔 통보조항이 없어 균형 원칙에 입각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검착개혁법안의 6월 국회 내 무산이 도마에 올랐다.
박 위원장은 "검찰개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집요하게 추궁했고 민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6월 검찰개혁법 통과 약속에 대해 가시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 유감"이라며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사법개혁특위 존속기간이 9월말로 돼 있으니 특위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주면 법안을 심사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선(先) 사개특위-후(後) 법사위' 논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입수 의혹을 제기한 관련 발언 녹취 파일 입수 경위를 놓고선 고성과 반말이 난무하는 등 소란이 계속됐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대화 녹음자로 알려진 월간지 H기자가 민주당 당직자와 폭로 당사자인 박범계 의원을 고소한 사실을 언급하며 수사 진행 과정을 묻자 당사자인 박 의원은 "공익제보에 해당하는 것이며, 전혀 꿀릴 게 없다. '도둑이야'라고 소리쳤는데 왜 소리쳤느냐는 격"이라고 항변했다. 설전이 오가는 사이 양쪽에서는 "조용히 해", "그만해라" 등의 반말 섞인 고성이 쉴새 없이 터져나왔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